(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인비(20)는 10년 전 박세리(31)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채를 잡았던 많은 골프 지망생 중 하나였다.
1998년 7월7일 치러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박세리가 우승하는 순간을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서 TV로 시청하던 박인비는 이틀 뒤 골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커다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상을 다 차지한 듯 기뻐하던 박세리의 모습을 본 박인비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버지 박건규(47)씨를 따라 골프 연습장을 다니던 박인비는 분당 서현초등학교 때 각종 주니어대회에서 우승을 독차지했고 2000년 겨울 처음 창설된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며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죽전중학교로 진학한 뒤 제주도지사배 주니어선수권대회 중등부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학업과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미국 유학을 결심했고 아버지를 한국에 남겨 두고 어머니 김성자(47)씨와 함께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 박 씨가 비교적 경제적 여건이 넉넉해 좋은 환경 속에서 마음껏 골프를 배울 수 있었다.
어릴 때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지금 비슷한 또래의 한국 선수들보다는 브라질 교포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젤라 박(20)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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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
미국에서도 박인비의 실력은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2001년 주니어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32강에 오른 박인비는 다음해에는 이 대회에서 14세의 나이로 정상을 차지했다.
다음 단계는 누구나 꿈꾸는 프로 전향이었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LPGA 투어 진출은 잠시 미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06년 LPGA 투어 사무국이 LPGA 투어 진출의 등용문이었던 2부투어(퓨처스 투어) 연령제한을 만18세에서 17세로 낮추면서 박인비는 한해 일찍 퓨처스 투어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 해에 퓨처스 투어 상금 랭킹 3위에 오르며 2007년 LPGA 투어 출전권을 거머쥔 박인비는 우승 없이 톱10에 두차례 드는 성적을 남겼고 올해는 15개 대회에서 다섯차례 톱10에 입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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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US여자오픈골프 우승 29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에디나 인터라켄골프장에서 열린 63회 US 여자오픈(총상금 31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박인비 선수가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마침내 16번째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안정된 경기를 펼치며 우승한 박인비는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50야드 정도지만 퍼트가 정확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그린 적중률도 64%로 그리 좋지 않지만 평균 퍼트수는 28.64개로 4위에 올라 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코스가 생각보다 길지 않아 짧은 아이언으로 만든 기회를 많은 버디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는 우상이었던 박세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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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US여자오픈골프 우승 29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에디나 인터라켄골프장에서 열린 63회 US 여자오픈(총상금 31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박인비 선수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기뻐하고 있다. |
박인비는 "10년전 세리 언니의 우승 장면이 골프를 전혀 몰랐던 내게도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나도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