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강필주 기자]지난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8년 올스타전은 그야말로 '파격'이란 두 글자로 기억될 것 같다. 그야말로 일정하게 지켜져 오던 격식들이 많이 깨졌다.
우선 올스타전에 앞서 쿠바대표팀과 네덜란드 대표팀간의 친선경기가 펼쳐졌다. 두 팀 모두 생소했지만 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에서 한국대표팀과 대결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다른 나라 야구대표팀이 특정 국가 리그 최고 축제인 올스타전의 한 부분을 차지한 예는 사실상 없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격이라 할 만했다.
이어 오프닝 공연에서는 종전과 다른 공군 의장대의 의장 시범 공연이 있었다. 최신가요에 맞춰 절도있게 추는 군무와 총검술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배경음악이 가수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을 틀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 냈다. 적극적으로 일반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의장대는 총검을 잠시 내려놓고 가수 클론의 노래 '난'에 맞춰 그야말로 신세대 춤을 선보였다. 항상 엄숙하게 지켜봐야 했던 의장대 의장 시범이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한몸에 받는 순간이었다.
경기 시작 직전 관중석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 함성이 터져나왔다. 전광판에 들어온 동군 선발 라인업 명단에 이대호가 톱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항상 중심타선에 올라 있던
이대호였기에 관중들도 즐거운 분위기였다.
주위에서는 "역대 가장 무거운 톱타자"라면서도 "
김성근 감독이 스포테인먼트를 추구하는 SK 사령탑다운 팬서비스를 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거포' 이대호는 8회 뻔뻔한(?) 기습번트까지 시도해 이날 찾은 관중들을 거의 실신 웃음짓게 만들었다.
홈런 레이스 때는 황금색 야구공이 최초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관객들의 흥미 유발을 이끌어내기 위해 별도로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선수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지만 '야구공은 하얀색'이라는 정형화된 틀의 파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일방적인 응원 구단을 감싸던 관중들도 이날 만큼은 상대 선수들에게도 박수와 갈채로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한편 이번 올스타전이 예비일 없이 강행된 것도 파격이라면 파격일 것이다. 만약 비라도 쏟아부었다면 2008년 올스타전은 없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하늘이 KBO를 도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