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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MVP…9전 전승 금메달 원동력(9연승 과정 리뷰)
j미르호
2008. 8. 24. 09:27
모두가 MVP…9전 전승 금메달 원동력(9연승 과정 리뷰)

[OSEN=베이징, 올림픽 취재반]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온 국민들에게 감동 가득한 드라마를 보여줬다. 지난 13일 '난적' 미국과의 첫 대결에서 9회 8-7 역전극을 연출한 뒤 '복병' 캐나다, '숙적' 일본,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잇달아 격파하며 한국야구의 위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표현처럼 극적인 승부는 국민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9전 전승이라는 쾌거를 이룬 대표팀 영광의 순간을 되짚어본다.
▲13일 미국전(8-7)-짜릿한 출발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야구계의 속설처럼 한국은 9회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한국은 6-4로 앞선 9회초 3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6-7 위기에 처했으나 9회말 마지막 공격 때 기적을 일궈냈다. 대타 정근우가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좌익선상을 흐르는 2루타로 역전 드라마의 연출을 예고했다. 3타수 무안타에 그친 8번 박진만 타석 때 대타로 등장한 김현수는 성인무대 데뷔 첫 타석서 4개의 파울을 만들어내는 끈질김을 보이며 2루수 앞 땅볼로 선행 주자 정근우를 3루로 진루시켰다. 9번 고영민이 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이 되자 김경문 감독은 고영민 대신 이택근을 투입했다. 이택근이 볼 카운트 2-3에서 2루수 앞 땅볼 타구를 미국 2루수 닉스가 곧바로 홈으로 송구했지만 3루 주자 정근우는 간발의 차로 세이프. 7-7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계속된 1사 1루 찬스서 미국 투수 스티븐스가 1루 견제 악송구로 이택근은 젖먹던 힘을 다해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3루 득점 기회. 안타나 외야 플라이 하나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톱타자 이종욱이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보태 8-7 승리를 이끌었다.
▲14일 중국전(0-0)-비가 안도와주네
'야구 종주국' 미국과의 첫 대결에서 8-7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한국 대표팀이 예상치 못한 불운에 아쉬움을 곱씹었다. 한국은 '약체' 중국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편파 판정과 우천 중단으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대표팀의 4회말 공격. 이용규와 정근우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득점 찬스를 마련한 뒤 4번 이승엽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은 볼 카운트 0-1에서 2루수 뜬 공을 때리자 심판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으나 중국 2루수 리레이가 주춤하며 타구를 잡지 못했다. 수비 실책으로 판단한 1루 주자 정근우는 뒤늦게 2루로 뛰다 태그 아웃. 김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진에 항의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2사 3루 5번 이대호 타석 때 갑작스런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다. 오후 1시 45분에 중단된 경기는 오후 3시 35분경 재개된 뒤 이대호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점수를 얻지 못했다. 6회 1사 후 이종욱 타석 때 폭우가 내리자 심판진은 두 번째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15일 캐나다전(1-0)-류현진 만세
선발 류현진의 설욕전이 통쾌한 승리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선발 류현진의 무실점 완봉투와 3회 터진 정근우의 선제 결승 솔로포에 힘입어 캐나다에 1-0 신승을 거두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승 무패(15일 현재)를 달리며 전날 중국전 무득점으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다시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정근우는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존슨의 초구를 그대로 통타, 왼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했다. 한국은 9회 안타 두개를 허용하며 1사 1,3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우익수 플라이서 이진영의 포구 후 좋은 송구와 선발 류현진의 배짱투에 힘입어 한 점차 진땀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월 올림픽 최종예선서 1⅔이닝 3실점으로 캐나다에 패전의 멍에를 썼던 류현진은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9이닝 5피안타(탈삼진 6개) 무실점으로 캐나다 타선을 봉쇄했다. 결승포의 주인공인 3번 타자 정근우 또한 4타수 2안타 1홈런 1도루로 만점 활약을 펼치며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16일 일본전(5-3)-이제는 라이벌이 아니다
한국이 '숙적' 일본까지 잠재우고 파죽의 3연승을 거두었다. 8회 2사 2루 위기를 넘긴 한국은 9회초 김동주의 좌익수 옆 안타와 이대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진영이 좌익수 플라이로 찬스를 날리는 듯 했으나 진갑용이 8구째 볼넷을 얻어 찬스를 이어 주었다. 이어 대타 김현수가 등장해 이와세의 2구째를 가볍게 받아쳐 중견수 아오키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가 살아난 한국은 이종욱이 3루수 앞에 떨어지는 절묘한 기습번트를 성공시켜 4-2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허망한 역전을 당한 일본은 이종욱의 발에 완전히 무너졌다. 이종욱이 도루를 시도했고 아베가 중견수 앞까지 굴러가는 악송구를 던져 또 다시 한 점을 추가 5-2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일본은 9회 아라이의 우중간 3루타와 김동주의 실책으로 한 점을 얻는데 그쳤다. 9회 무사 2,3루서 마운드에 오른 잠수함 투수 정대현이 마운드에 올라 사토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모리노마저 3루수 앞 땅볼로 잡고 승리를 지켰다.
▲17일 중국전(1-0)-승부치기의 경험
지난 14일 경기가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뒤 17일 같은 장소에서 0-0으로 맞선 6회 1사에서 재대결을 펼쳤다. 한국은 7회 1사 후 이대호가 안타로 포문을 열었지만 김현수가 2루수 앞 병살타로 찬스를 무산시켰다. 이어 8회 세 타자 모두 뜬공으로 아웃돼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9회와 10회 공격 때 득점 찬스 불발은 뼈아팠다. 톱타자 이종욱이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으나 2번 이용규가 볼넷을 골라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정근우가 좌중간 안타를 때려 1루 주자 이용규는 3루까지 내달렸지만 정근우는 2루에서 태그아웃, 4번 이승엽이 볼넷으로 1루에 걸어나가 2사 1, 3루 득점 찬스에서 고영민이 2루수 앞 땅볼에 그쳤다. 10회 6번 김현수가 1루수 글러브를 맞고 빠지는 2루타로 분위기를 되살렸다. 김현수는 이택근의 2루수 앞 땅볼로 3루에 안착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11회 승부치기에 돌입한 한국은 무사 만루 절호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끝내가 좌전 안타를 때려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19일 대만전(9-8)-천당과 지옥을 오가다
의외로 힘겨운 승부였다. 한국은 7회 강민호의 결승 적시타에 힘입어 9-8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 타선은 1회부터 터졌다. 1회 1사 만루서 이대호가 3-유간 빠지는 2타점 적시타로 불방망이쇼를 예고했다. 계속된 1사 2, 3루서 이진영의 2타점 적시타로 4-0으로 달아났다. 진갑용의 내야 땅볼 타구를 잡은 대만 유격수 린즈셩이 2루로 던졌으나 높게 송구하는 바람에 주자 모두 세이프. 8번 김민재가 헛스윙 삼진 아웃됐으나 본선 무대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던 고영민이 좌중월 3점 아치를 쏘아 올리며 선발 양지앤푸를 강판시켰다. 2회 1사 1, 2루서 이대호가 두 번째 투수 니푸더를 상대로 좌측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그러나 대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회 1, 2루서 이에쥔장 타석 때 폭투로 주자 모두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이에쥔장의 1타점 우전 안타와 수비 실책으로 2점을 만회했다. 대만은 2-8로 뒤진 5회말 공격 때 4점을 보태 6-8 턱밑 추격했다. 기세 오른 대만 타선은 6회 8-8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8-8로 팽팽하게 맞선 대표팀의 7회초 공격. 선두 타자 이대호가 볼넷으로 나가자 대표팀 벤치는 대주자 이용규를 투입했다. 이어 이진영이 3-유간을 빠지는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역전 찬스를 만들었다. 진갑용 대신 포수 마스크를 쓴 강민호는 깨끗한 중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2루 주자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 들여 9-8로 전세를 뒤집었다.
▲19일 쿠바전(7-4)-우승의 전주곡
대한 민국 야구는 강했다. 한국이 '아마추어 야구 최강' 쿠바에 역전승을 거두며 6연승으로 메달 획득을 향해 고삐를 당겼다. 한국은 선발 송승준의 6⅓이닝 3실점 호투와 4회 대거 5득점하는 등 9안타로 7득점한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 7-4 역전승을 거뒀다. 쿠바는 2회 아리엘 페스타노의 2타점 2루타로 선제점을 얻었다. 이어 쿠바는 톱타자 히오르비스 두베르겔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한국 타선은 4회 선두타자 김현수의 우익선상 2루타로 첫 안타를 터뜨린 뒤 이대호, 이진영의 연속 볼넷 등으로 2사 만루 찬스를 맞은 뒤 강민호의 1타점 좌전 안타로 만회점을 올렸다. 후속 타자 고영민은 2타점 우전안타를 때려내며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이용규의 기습 번트는 바뀐 투수 노베르토 곤살레스의 1루 악송구로 2점을 뽑아내는 타구로 돌변, 5-3 역전에 성공했다. 6회 9번 고영민은 2사 후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 성공에 포수의 송구가 외야로 흘러 가는 사이 3루까지 진루했다. 이용규는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고영민을 홈으로 인도, 6-3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7회 이종욱의 1타점 우익수 방면 적시타로 쐐기점을 뽑아내는 저력까지 보여주었다.
▲20일 네덜란드전(10-0)-예선 1위의 몸풀기
예선 1위를 확정지은 한국은 이승엽, 김동주, 진갑용, 박진만, 이진영 등 주전급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대거 제외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네덜란드 마운드를 거침없이 몰아치며 8회 10-0 콜드 게임승을 거뒀다. 1회 이용규의 우전 안타로 만든 2사 1루서 이대호가 네덜란드 선발 알렉산더 스미트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가운데 펜스를 넘는 투런포를 작렬했다. 2-0으로 앞선 5회 1사 후 7번 이택근이 통쾌한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강민호가 삼진 아웃된 뒤 김민재의 볼넷, 이종욱-이용규의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만루서 3번 김현수가 3-유간 빠지는 2타점 적시타로 6-0으로 달아났다. 계속된 2사 1, 2루 추가 득점 찬스에서 이대호의 우전 안타로 1점을 보탰다. 6-0으로 앞선 한국의 6회초 공격. 선두 타자 정근우의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와 고영민의 평범한 3루수 앞 땅볼을 악송구하는 바람에 한국은 무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이택근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추가한 뒤 강민호의 1타점 적시타로 8-0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국은 8-0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8회 1사 만루서 이용규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 김현수의 중전 적시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22일 일본 준결승(6-2)-'이승엽 극적 홈런, 일본은 없다'
한국이 주포 이승엽(32.요미우리)의 투런 홈런을 앞세운 짜릿한 역전극으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제압하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은 선발 김광현의 눈부신 호투와 8회말 부진에 빠져있던 이승엽의 극적인 역전 투런홈런에 힘입어 6-2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역시 한국은 후반에 강했다. 일본 투수진에 막혀 1-2로 뒤진 7회말 한국 공격. 일본은 강속구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마운드에 올려 지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1사후 이대호의 볼넷, 고영민의 좌익수 앞 안타로 1,2루 찬스를 잡고 2사후 대타 이진영이 볼카운트 2-2에서 2루수 옆으로 빠지는 천금같은 적시타를 날려 동점에 성공했다. 8회말 공격에서는 이와세 히토키가 등장하자 선두타자 이용규가 유격수 옆으로 빠지는 안타를 날려 찬스를 잡았다. 이어 이승엽이 볼카운트 2-2에서 이와세의 몸쪽 직구를 끌어당겨 우월 역전 투런홈런을 날렸다. 한국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다. 김동주의 안타에 이어 2사후 고영민의 외야 깊은 타구 때 상대 좌익수 사토가 볼을 놓치는 바람에 쐐기 점수까지 얻었다. 한국의 기세에 일본의 야수들이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강민호도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날려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23일 쿠바 결승전(3-2)-한국야구 새역사를 쓰다
한국 야구는 올림픽 출전 이후 첫 금메달 획득의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1차리그 미국전부터 결승전까지 9전 전승의 퍼펙트 우승을 작성하며 한국의 13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1회 이용규의 중견수 앞 빗맞은 안타로 만든 2사 1루에서 이승엽이 쿠바 선발 좌완 사이드암 곤잘레스의 4구째를 밀어쳐 왼쪽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포를 날렸다. 쿠바는 1회말 2사후 3번타자 엔리케스가 류현진의 몸쪽 높은 변화구를 받아쳐 좌월솔로홈런을 터트렸다. 한국은 7회 2사 후 박진만의 우익수 앞 안타와 이종욱의 볼넷으로 만든 1,2루. 이용규가 오른쪽 담장 앞에 떨어지는 2루타를 작렬, 2루주자를 홈에 불러들여 3-1로 달아났다. 그러나 쿠바도 7회말 2사후 5번타자 벨이 좌월 솔로포를 쏘아올려 다시 한점차로 따라붙었다. 한국은 9회말 만루 위기에 몰렸다. 더욱이 구심의 볼판정에 항의하던 강민호가 퇴장까지 당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한국은 최대의 위기에서 특급 잠수함 정대현을 마운드에 투입했고 정대현은 구리엘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고 우승의 영광을 만끽했다.
<사진>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한국이 쿠바를 상대로 3-2로 한점차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종료후 선수들이 환호 하고 있다./베이징=올림픽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