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결산]▲한국 역대 최다 金 13개 수확
당초 '10-10(금메달 10개, 종합 10위권 이내)'을 목표로 베이징을 향했던 한국 올림픽 전사들은 금메달 13개, 총 31개 메달(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 획득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1988 서울올림픽,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거뒀던 종전 최다금메달 12개를 넘어서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또한 금메달 9개를 딴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아테네올림픽 때 빼앗겼던 아시아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박태환,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
아테네올림픽 때 부정출발에 울었던 어린 소년이 한국 수영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으로 골인, 호주의 그랜트 해켓 등 쟁쟁한 라이벌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서양선수들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남자 자유형 400m 종목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해 한국의 수영영웅이자 아시아의 희망으로 우뚝 섰다.
▲장미란 '세계를 들었다'
여자역도 75kg급 장미란의 목표는 금메달이 아니었다. 자신 외에는 누구도 범접조차 할 수 없는 세계기록을 작성하는 것. 처음부터 적수가 없었다. 인상 140kg을 드는 순간 도전자들의 시선은 은메달을 향하기 시작했다. 용상 마지막 시도에서 186kg을 거뜬히 들어올려 총합 326kg 세계신기록을 수립하자 전세계는 장미란의 압도적인 힘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2위와의 차이는 무려 49kg. 남자 77kg급 사재혁은 전병관 이후 16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여자 핸드볼 '눈물과 감동의 동메달'
결승 길목에서 맞붙은 노르웨이와의 한판승부, 막판 3점차 열세를 만회하고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을 이룬 한국의 기세는 베이징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마지막 1초를 남겨두고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환희는 금세 눈물로 변했다. 오심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웠지만 깨끗하게 승부에 승복했다. 한국은 3-4위전에서 헝가리를 완파하고 눈물과 감동이 뒤섞인 동메달을 획득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국야구, 감격의 '퍼펙트 金'
선수단을 대표해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약속한 '국민타자' 이승엽. 예선 내내 부진하다 4강전과 결승전에서 결승홈런을 때려 한국야구에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특히 일본과의 4강전에서 2-2 동점이던 8회 투런아치를 그린 장면은 올림픽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야구는 한국 남자구기 단체운동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해 국내 최고인기 프로스포츠의 자존심을 세웠다.
▲종주국 자존심 지킨 태권도
어느새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은 베이징올림픽 4개 출전종목 싹쓸이라는 대성과를 통해 다시 세웠다. 당초 노렸던 메달수는 2개. 하지만 부상에도 굴하지 않는 태극전사들의 거침없는 발차기에 전세계가 무릎을 꿇었다. 금메달 4개는 역대 올림픽 최고성적이다. 여자 57kg급 임수정을 시작으로 남자 68kg급 손태진, 여자 67kg급 황경선, 남자 80kg급 차동민이 금빛 찬가를 합창했다.
▲최민호의 눈물…왕기춘의 눈물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동)을 선사했던 최민호,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전매특허가 된 '딱지치기' 들어메치기 기술을 앞세워 5연속 한판승을 거두는 괴력을 발휘해 남자유도 60kg급을 평정했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제치고 73kg급 출전자격을 따낸 왕기춘은 결승에서 초반 일격을 당해 은메달에 만족해야했다. 금메달을 들고 과거 고생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흘린 최민호의 눈물, 패배 후 이원희의 격려 속에 흐른 왕기춘의 아쉬운 눈물에 모두가 감동을 받았다.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이배영-백종섭의 감동 스토리
남자역도 69kg급에 출전한 이배영, 용상 1차시기에서 왼쪽 발목이 꺾이면서 종아리에 근육경련이 일어났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하체의 힘을 이용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무대를 그냥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마지막 3차시기에서 넘어지면서도 바벨을 놓지않는 투혼을 발휘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복싱 라이트급 백종섭은 8강전을 앞두고 기관지가 파열됐다는 소식을 접해 경기를 포기해야했다. 4살짜리 딸에게 반드시 메달을 선물하겠다며 죽음을 각오하겠다는 각서라도 쓰고 링에 오르겠다는 그의 열정은 전국민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용대의 윙크 '한반도가 반했다'
배드민턴 남녀 혼합복식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이효정의 파트너 이용대가 카메라를 향해 날린 윙크에 대한민국 여심이 흔들렸다. '훈남훈녀' 태극전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았던 베이징올림픽. 금빛 질주를 선보인 '국민 남동생' 박태환, 결승에서 지고도 미소를 잃지않았던 여자 펜싱 플뢰레의 남현희, 세계랭킹 4위 브라질 격파의 선봉장으로 귀여운 외모 덕에 '완소윤아'라는 애칭을 얻은 여자농구 최윤아 등 태극전사들의 훈훈한 모습에 전국민이 열광했다.
▲문대성, IOC 선수위원 1위 당선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또 하나의 승전보가 전해졌다. 메달 소식은 아니었지만 기쁨은 그에 못지않았다.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동아대 교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당히 당선된 것. 올림픽 기간 내내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전세계 선수들을 직접 만나는 열정적인 유세를 펼친 문대성은 전체 후보 29명 중 전체 1위로 4명에게 주어지는 선수위원 자격을 차지했다. 한국 스포츠 외교에 한 획을 긋는 대단한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