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26년간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친 모두 27명이다. 이 중 외국인선수 11명을 제외하면 토종선수는 16명밖에 없다. 역대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친 선수 중 유일하게 30대 미만으로 남아있는 타자가 바로 한화 4번 타자 김태균(26)이다. 그것도 두 차례나 한 시즌 30홈런을 기록했다. 한 시즌 30홈런을 두 차례나 기록한 타자는 고작 15명뿐인데 외국인선수를 제외하면 11명이다. 30홈런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균은 고졸 3년차 시절이었던 지난 2003년 31개의 아치를 그렸다. 당시 김태균의 나이 만 21살이었다. 김태균보다 어린 나이에 30홈런을 돌파한 선수는 없었다. 1997년 이승엽이 김태균과 마찬가지로 만 21살의 나이로 32개의 홈런 아치를 그렸다. 그 다음이 1998년 삼성
이승엽(38개)의 22살이었으며 1999년 이승엽(54개), 1991년 빙그레 장종훈(35개), 1996년 현대
박재홍(30개), 1992년 쌍방울
김기태(31개)가 만 23살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3년차 당시를 김태균은 “멋모르고 치던 시절”이라고 규정한다. 그 이후 김태균이 다시 30홈런을 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김태균은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크리스 옥스프링의 바깥쪽 높은 145km 직구를 결대로 밀어쳐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기는 비거리 110m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가장 먼저 30홈런 고지를 점하는 순간이었으며 김태균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3년 이후 5년만의 30홈런 고지 재정복이었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난 시점과 일치하는 최근 5년간 30홈런 고지를 넘긴 선수는 올해의 김태균을 비롯해 모두 6명뿐이며 2004년을 제외하면 단 3명이다. 투고타저는 무너졌지만 거포 부재가 여전한 시점에서 김태균의 30홈런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김태균은 “30홈런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2006년 야심차게 40홈런을 목표로 선언했으나 13홈런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한 단계 낮춰 30홈런을 목표로 잡았으나 단 21개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마음을 비웠다. 김태균은 “2003년 31개의 홈런을 치고 난 뒤 매년 홈런이 조금씩 늘어날 줄 알았는데 스윙이 커져 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다안타왕을 목표로 설정, 홈런에 대한 욕심을 의식적으로 버렸다. 올 시즌 내내 김태균은 “마음을 비우고 쳤는데 홈런으로 연결됐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실제로 올 시즌 김태균의 홈런은 질적으로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김태균은 홈런 21개 중 10개를 좌측 담장으로 넘겼다. 반면 올해는 30개 중 절반에 가까운 14개를 가운데 담장으로 넘겼으며 우중월(2개)·우월(3개)로도 5개나 보냈다. 굳이 크게 노리지 않고 결대로 받아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태균은 “특별한 홈런 비결은 없다. 힘이 있기 때문에 크게 안 치고 실투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볼카운트 관계없이 실투가 오면 방망이가 반응한다. ‘기다리는 타자’ 김태균은 더 이상 없다.
30홈런을 마크한 김태균은 이 부문에서도 변함없이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카림 가르시아(롯데)로 28개. 2개 차이로 김태균이 앞서있지만 잔여경기가 롯데가 한화보다 8경기나 더 많아 가르시아가 조금 더 유리하다. 김태균 스스로도 “가르시아가 후반기 첫 날 연타석 홈런을 칠 때 개인 타이틀은 모두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가르시아의 홈런 페이스가 다소 뜸한 만큼 홈런왕 김태균의 가능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김태균은 “원래 목표는 개인 최다홈런인 31개를 넘는 것이다”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30홈런 타자들의 평균 연령은 28.1세였으며 만 27살 이후 30홈런을 친 경우가 38차례나 있었다. 5년 만에 30홈런 고지를 재정복한 김태균은 내년부터 만 27살이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김)태균이는 앞으로 더 잘할 타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