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군단'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뤘다.
SK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김광현의 무실점 역투와 최정의 쐐기 적시타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SK는 1차전 패배 뒤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SK는 지난 시즌에도 두산과 맞붙어 먼저 2패를 당한 뒤 4연승으로 우승을 이룬 바 있다.
SK는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지난 해에 이어 아시아 시리즈에 나갈 자격도 함께 얻었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은 먼저 1차전을 잡고도 2년 연속 SK의 벽을 넘는데 실패했다. 이 날도 두산은 SK보다 2개 많은 7안타를 쳤지만 득점은 '0'이었다.
5회까지는 팽팽한 0의 균형이 계속됐다. 양 팀 선발
김광현과 김선우의 호투가 인상적이었다. 두 투수 모두 계속 주자를 내보내기는 했지만 고비 때 마다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해 무실점을 이어갔다.
두산은 1회말 2사 1, 3루, 2회말 1사 2 ,3루, 3회말 2사 2루 등 초반 대량득점을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여러 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한 방이 끝내 터지지 않아 점수를 얻지 못했다. 초반 6이닝 가운데 삼자범퇴는 4회말 한 번 뿐이었다. SK 역시 4회초 박재상과 김재현이 볼넷으로 나갔지만 모두 도루를 시도하다 두산 포수 최승환의 정확한 송구에 막혀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팽팽했던 균형은 7회초에 깨졌다. 6회까지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김선우가 급격히 흔들렸다. 첫 타자
김재현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1사후 최정과 나주환을 연속 몸맞는공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몰렸다. 나주환 타석 때 폭투도 나오는 등 제구력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SK는 김선우의 난조로 얻은 2사 만루 기회에서 박경완이 친 강습타구를 두산 3루수 김동주가 놓치면서 값진 첫 득점을 올렸다. SK는 김동주가 공을 잡았더라면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실책이 나오면서 행운이 따랐다. 반대로 두산 입장에선 김동주의 수비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0-1로 뒤진 두산도 7회말 반격의 찬스를 잡았다. 1사후
최승환이 중전안타로 SK 선발 김광현을 마운드에서 내린데 이어 김재호 마저 구원투수 정우람에게 우전안타를 빼앗아 1, 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믿었던 이종욱과 고영민이 나란히 외야수 뜬공 범타에 그쳐 또다시 잔루만 남기고 말았다.
결국 8회초 SK는 쐐기점을 내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1사후
박재상이 좌전안타로 나간 뒤 2사 1루에서 박재홍의 볼넷을 더해 1,2루 득점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3, 4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최정이 다시 빛을 발햇다. 최정은 두산 구원 이재우의 2구째 공을 정확히 받아쳐 3유간을 가르는 적시타로 연결했다. 그 사이 2루주자 박재상이 홈에 들어오면서 SK는 2-0으로 앞서나갔다.
이후 SK는 8회말과 9회말 마지막 고비를 맞이했다. 구원투수 정우람이 선두타자 김현수를 몸맞는공으로 출루시킨데 이어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온 윤길현 마저 김동주에게 좌전안타를 내줘 무사 1,2루 위기에 몰린 것. 하지만 SK는 중견수 조동화와 좌익수 박재상의 그림같은 호수비에 이어 구원투수 이승호가 유재웅을 삼진으로 잡아 실점 위기를 넘겼다.
최대 위기는 마지막 9회말에 찾아왔다. 이승호가 선두타자 최승환에게 볼넷을 내준데 이어 구원으로 나완 채병용이 김재호 이종욱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에 몰린 것. 하지만 벼랑끝에서 채병용은 고영민을 투수앞 땅볼로 요리해 3루주자를 홈에서 아웃시켜 한숨을 돌렸다.
마지막 타자는 김현수. 하지만 김현수가 친 타구는 투수 채병용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고 채병용은 침착하게 1-2-3으로 이어지는 병살플레이를 연결해 SK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SK로선 이보다 감격적인 우승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 김현수는 지난 3차전에서 9회말 1사 만루 기회를 병살타로 날렸던 악몽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SK 선발 김광현은 1차전 부진에 이어 이 날도 거의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한 기색을 노출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대표팀 에이스 답게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해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승리를 견인했다. 김광현은 이날 6⅓이닝 동안 4안타 4볼넷을 내줬지만 단 한 점도 허용치 않아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 선발 김선우도 6⅔이닝 동안 단 2안타 2사사구만 내주는 호투를 펼쳤지만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뼈아픈 1실점(비자책점)을 허용해 끝내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6⅓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은 '괴물좌완' 김광현(사진1). 최정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자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는 SK 덕아웃(사진2). 8회초 쐐기 적시타를 터뜨린뒤 주먹을 불끈 쥐는 최정(사진3). 계속된 찬스가 무산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홍성흔과 김동주(사진4). 8회말에 나온 조동화의 멋진 호수비(사진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