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호서의 산 | 일락산 | 충남 서산-예산
- [주말산행코스] 호서의 산 | 일락산 | 충남 서산-예산
- 옛절과 문화재들을 잇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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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과 서산의 경계를 달리는 가야산 줄기에는 원효봉 가야산 상봉 석문봉 옥양봉 일락산 등 좋은 봉우리들이 연이어 솟아 있다. 그 가운데 일락산 서편에는 옛절 개심사가 있고, 동북편 운산쪽에는 보원사터와 ‘백제의 미소’로 이름난 마애삼존불 등 문화재들이 많다. 남쪽 자락에 일락사도 있다.
이외에도 일락산은 울창한 숲길을 걷고 아름다운 용현계곡과 용현 자연휴양림까지 거칠 수 있어 좋다. 일락산은 기암괴봉이 있거나 경관이 뛰어난 산은 아니다. 그러나 서산과 당진의 넓은 들이 내려다보이고 서해가 보여 조망이 좋고, 산 중턱에 조망대까지 마련되어 있다. 절에서 시작하여 호젓하게 숲속을 걷고, 봉우리에서는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일락산은 겨울산행에 좋고, 나이 지긋한 은발들의 산행에도 좋고, 어린이들과 함께 가족산행을 해도 좋다.
- ▲ 석문봉에서 본 일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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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는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 14년(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다. 처음 이름은 개원사였으나 고려 충정왕 2년(1350년)에 처능대사가 중창한 뒤 개심사로 이름을 바꿨다 한다. 충남의 4대 사찰로 불릴 만큼 큰 절이었던 이 절의 대웅전은 조선조(1484년)에 지은 건물로 보물 제143호다. 이 절에 있는 영산회괘불탱도 보물(제1264호)이다.
요즈음에는 절들이 커지고 개화되어 절이 절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개심사는 아직은 절다운 절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범종각과 심검당 등 건물 기둥이 꼬불꼬불한 통나무 그대로이고, 크게 늘렸거나 변한 게 별로 없다. 개심사가 오래도록 절다움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 1 하산길에 들어선 일행들. / 2 개심사 범종각(기둥이 자연 그대로의 통나무다) / 3 일락산 고스락 정자에서 쉬고 있는 한별산악회 회원들. / 4 일락산과 석문봉 사이 큰 잘록이 샛고개. 일락사와 보원사터를 잇는 임도가 여기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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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원사터는 백제 때 창건된 절로,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매우 융성했던 절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발굴을 위하여 개울을 사이에 두고 넓은 터가 온통 파헤쳐져 있다. 여기에 5층석탑(보물 제104호), 통돌로 된 한국 최대의 석조(보물 제102호), 법인국사가 입적하자 고려 광종의 지시로 만든 법인국사보승탑(보물 제105호), 법인국사의 생애가 기록된 보승탑비(보물 제106호), 불교행사에 썼던 당간지주(보물 제103호) 등 문화재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마애불로 알려진 국보 제84호 서산 마애삼존불은 백제 후기 작품으로 보원사터에서 아래쪽으로 약 1.5km 지점에 있다. ‘백제의 미소’로 이름 난 이 마애삼존불은 소나무를 머리에 얹은 큰 바위의 옆면에 새겨져 있어 현장에 올라야 볼 수 있다. 그래서 특히 떠오르는 햇살을 받을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얼굴 가득한 미소가 백제의 쾌활한 장자풍을 나타내고 있고, 부드러움과 세련된 조각의 아름다움도 함께 보이고 있다. 작품의 특징으로 보아 서기 600년 경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심사에서 시작, 마애삼존불에서 끝낸 산행
일락산만 산행하는 것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일락산은 기암괴봉으로 이름난 석문봉에서 북서북으로 갈라져나간 상왕산 줄기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상가리(덕산면)에서 석문봉을 거쳐 오를 수 있고, 일락사가 있는 해미면 황락리쪽에서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길은 개심사를 들를 수 없거나, 용현계곡쪽의 보원사터와 마애삼존불에 들르지 못하거나 해서 한 쪽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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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별산악회(회장 이재선)는 개심사에서 시작하여 마애삼존불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해미면 신창리 개심사로 찾아들었다. 우리는 절을 둘러본 뒤 산신각이 있는 절 오른편 등성이로 올라섰다. 노송 사이로 뻗은 산길이 꼬불꼬불 이어졌다. 산 중턱을 가로질러 가던 길이 등성이로 올라붙고 그 길은 널찍한 임도로 나아갔다.
절을 떠난 지 30분이 조금 지나 전망대 삼거리에 다다랐다. 정자 전망대는 전망이 별로 좋지 않고 그 위 묘지에서 보는 전망이 좋다. 서산은 물론 태안지역까지 보였고, 서산을 둘러싼 넓은 들과 팔봉산 태화산을 볼 수 있다.
이 삼거리는 임도가 만나는 곳으로, 북쪽(상왕봉)으로 등성이를 타고 가는 길, 개심사쪽으로 가는 길, 일락산쪽으로 가는 길이 만난다. 안내표지에는 일락산 1.6km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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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개심사쪽에서 왔던 길이 이제 큰 등성이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우리가 잡은 일락산쪽(남쪽) 임도는 나무가 없는 민둥봉우리 아래에서 끝난다. 민머리 봉우리에 올라서니 조망대에서 보지 못했던 해미 도비산 등이 보였다.
일락산 고스락에도 사각정자가 있다. 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은 좋지 않다. 오히려 석문봉쪽으로 나아가다 바로 만나는 바위봉우리가 멋이 있고 조망도 좋다. 이 바위봉우리에서 보면 석문봉이 잡힐 듯 가까이에 보이고 일락사도 내려다보인다.
- ▲ 서산 일대를 조망하고 있는 강창록, 오봉록, 김승진씨. / 바위봉우리에서 조망에 열중하고 있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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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성이로 이어지는 길은 석문봉과의 사이 잘록이인 샛고개로 내려선다. 일락사에서 올라온 임도가 용현계곡으로 넘어가는 고개이기도 하다. 이 고개는 제법 넓고 나무 아래에 몇 개의 긴 의자도 있다. 임도를 따라 북쪽으로 내려가면 용현계곡인 것이다.
한별산악회 총무 김영식 선생과 대규모 산행모임인 청원산악회의 강창권 산악대장, 그의 친구들인 김승진, 오봉록씨, 그리고 이재왕씨와 함께 나는 석문봉에서 조망을 보기 위해 석문봉쪽으로 길을 서둘렀다. 석문봉에는 일락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석문봉에 올라 한 바퀴 조망한 뒤 바로 되짚어 샛고개로 내려왔지만 그래도 1시간이 걸렸다.
- ▲ 발굴 중인 보원사터와 5층석탑. / 발굴 중인 보원사터와 5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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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고개에서 내려가는 길은 잘 다듬어진 임도로, 차도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긴 가뭄에도 계곡에 물도 흐르고 숲속을 흐르는 개울에 너럭바위가 보이는 등 꽤 좋았다. 그러나 먼저 간 일행들이 너무 기다리지 않게 하려고 차근히 계곡을 들여다보지 못했고, 점심도 길가에서 10여 분만에 먹어치웠다.
용현 자연휴양림은 시설이 꽤 좋아 보였다. 일행이 휴양림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보원사터에서 내려 발굴 중인 넓은 보원사터를 한 바퀴 둘러 보았다. 마애삼존불이 있는 곳도 보원사터에서 차로 채 10 분도 걸리지 않았다. 모두들 개울 건너 길고 높은 사다리를 올라 ‘백제의 미소’라는 걸작 마애삼존불을 구경했다. 석문봉을 다녀온 시간을 빼면 4시간 남짓의 산행이었다.
산행길잡이
개심사길 개심사~조망대 삼거리~민머리봉~일락산~샛고개~용현 자연휴양림~용현계곡~보원사터~마애삼존불 <약 3시간30분 소요>
용현계곡길 위의 역순
일락사길 일락사~샛고개~일락산~조망대 삼거리~개심사,또는 조망대 삼거리~(상왕봉 줄기)~보원사터 삼거리~보원사터~마애삼존불 <약 3시간30분 소요>
석문봉길 상가리 주차장~남연군 묘~옥녀폭포길~석문봉~샛고개~일락산~조망대 삼거리~개심사, 또는 조망대 삼거리~(상왕봉 줄기)~보원사터 삼거리~보원사터~마애삼존불 <약 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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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해미나 운산을 거치는 교통이 편리하다. 개심사나 마애삼존불이 매우 유명하기 때문에 대중교통편도 좋다. 개심사쪽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 나들목에서 나와 해미 읍내에서 647번 지방도를 타고 운산쪽으로 가다 신창에서 오른편으로 꺾어 신창저수지를 끼고 지나면 바로 개심사 주차장이 있는 동구말에 이른다. 시내버스가 신창까지 시간마다 오간다.
용현쪽(마애삼존불쪽)은 운산(서해고속도로와 32번 국도 상)에서 618번 지방도로 들어서서 경관이 좋은 고풍저수지를 지나 고풍리에 이르면 된다. 운산에서 서산 발 시내버스가 시간마다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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