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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이드] 07 오색~대청~백담사

j미르호 2009. 2. 14. 14:29
[코스가이드] 07 오색~대청~백담사
대피소에서 묵는 1박2일 일정이면 어느 코스든 안심

오색~대청~백담사~용대리에 이르는 코스는 겨울의 경우 갑자기 만만찮게 긴 길로 변한다. 겨울엔 백담사~용대리 구간의 일반차량 통행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백담사 아래 3km의 버스종점인 강교에서 차단기가 설치된 설악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앞까지 4km 구간은 평소 마을버스가 운행되나 겨울에는 이 마을버스뿐 아니라 백담사를 왕복하던 신도용 버스도 운행이 중지된다. 이 구간의 거리까지 합할 경우 오색~대청~용대리 코스의 총 산행거리는 약 25km라는 긴 길이 되는 것이다.

해가 짧은 겨울에 이 코스를 하루에 걷기란 유다른 건각이 아니고선 어렵거니와 오로지 걷기에만 열중해야 하는 중노동형의 산행이 되기 쉽다. 따라서 중청, 혹은 소청대피소에서 하루 자는 1박2일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 대청 정상 직전의 완경사 오름길. 햇살에 눈이 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뵈는 듯하다.
오색~대청 구간은 해발고도차 1,200m에 등행시간이 3~4시간 걸리는 오르막 일변도의 길이다. 대청봉에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로 사철 두고 인기가 높다. 적설기에 이 오색~대청 길은 구곡담이나 천불동 길에 비해 눈이 빨리 녹는다는 특징이 있다. 햇볕이 비추는 시간이 긴 남사면이기 때문이다.

오색 시설지구 북쪽 도로를 건너면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 탐방안내소가 있다. 이 안내소 옆 문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깊은 설악산중의 겨울 계곡 분위기가 시작된다. 독주골 하류부를 지나 V자 형으로 계곡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우측으로 이어진다. 길은 헷갈린다는 것이 외려 이상할 만큼 목재 데크로만 주로 이루어져 있다. 독주골 우측 지계곡으로 들어선 다음 길은 곧 계곡과 멀어져 능선 사면으로 이어진다. 과거부터 이름 높았던 급경사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장수대~대승폭, 구곡담 상단부 등과 더불어 설악산에서 특히 경사가 급한 세 구간 중 하나다. 등행에 약 30분쯤 걸리는 이 급경사 구간이 끝난 뒤부터는 다소간 경사가 누그러진다.

역시 늘 햇볕을 받는 남사면이어선지 폭설이 내린 지 며칠 지나지 않은 1월8일에도 급경사 구간을 지나 능선 위에 오를 때까지 등산로 상의 눈은 거의 녹고 없는 상태였다. 오색~대청 간 약 3분의 1을 올랐을 즈음 겨울 설악다운 심설 분위기가 시작되었다. 눈은 이미 굳어 맨땅과 마찬가지지만 길 옆으로 나서보면 허벅지까지 깊이 빠져들었다.
완경사의 평평하고 주위 산록에 덮인 눈으로 밝은 분위기의 산릉을 따라 오르노라면 네모반듯한 쉼터가 나온다. 여기서 북쪽으로 끝청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었으나 지금은 폐쇄되었다.

쉼터 이후는 잠시 내리막이다. 그후 길게 산비탈을 가로지르면 설악폭포가 걸쳐진 계곡이다. 계곡을 건너는 곳에 긴 목재 다리가 가설돼 있고 그 아래 계곡가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사람들이 늘 쉬어가는 쉼터 구실을 하는 곳이다. 공단은 원칙적으로 계곡가에서의 취사를 금하고 있지만, 이곳은 바람이 없고 아늑하여 등산객들이 추위를 녹이고자 라면을 끓여 먹고 가기도 한다. 다리 건너 지능선 자락을 넘으면 다시 계곡 지류에 걸쳐진 다리를 건넌다. 이렇듯 대청 등행시엔 모두 세 번 계곡을 건너게 된다.

대청봉 정상 직전은 완경사로 길이 누우며 오른쪽 저편으로 대청 동사면과 화채봉 능선이 펼쳐진다. 이 풍경이 보이고 머리 위로 바람소리가 세차면 반드시 방풍의와 목출모 등 방한의류로 무장한 뒤 정상으로 오른다. 바람 부는 대청봉 정상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춥다. 게다가 정상 지나서 중청대피소로 내려갈 때는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

 

 

이 구간에서 자칫 저체온증세로 탈진하는 예가 많으니 주의한다. 정상에서 일행을 기다리거나 해야 할 경우는 정상비석 동쪽 바로 아래로 피신한다. 단 3m 차이지만 정상비석 근처에 비해 한결 덜 춥다.

오색에서 대청 거쳐 중청대피소까지는 약 ?km에 ?시간 정도 걸린다. 대청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내리막길로서 단 10분 거리이므로 정상에서 노을을 보고 내려가는 것도 괜찮다.

▲ 1월8일의 대청봉 정상. 늘 바람이 불고 햇살에 금방 눈이 녹는 바위지대여서 대청봉 정상이 눈으로 뒤덮이는 경우는 드물다./ 구곡담계곡 안으로 내려서보는 등산객. 그늘진 북쪽 계곡이라 눈이 항상 많은 편이다.

아침에 중청대피소 나설 때 혹한 주의

겨울 적설기 이른 아침 중청대피소를 나설 때만큼 추운 때가 또 있을까. 만약 바람이 몰아친다면 중무장을 하고 대피소를 나서야 한다. 정상에 농구공 모양의 시설물이 두 개 선 중청봉 동쪽 사면을 가로지른 이후 소청봉의 봉정암ㆍ희운각 갈림길목에 내려서기까지가 가장 추위가 심한 구간이다. 이 구간을 지난 뒤 봉정암쪽 숲속으로 내려서기만 하면 순식간에 바람이 잦아들며 추위가 덜해진다. 숲길로 들어 조금 더 내려가면 곧 소청대피소로 내려선다.

소청대피소 매점 앞으로 내려가 능선길을 따르다 보면 우측 아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봉정암이 뵌다. 봉정암에서는 반드시 사리탑을 구경하고 가도록 한다. 사리탑 바로 위 용아릉 목덜미에서 보는 공룡릉 일대의 내설악 풍광이 볼만하다.

봉정암에서 구곡담계곡으로 내려서기까지의 약 500m 구간은 급경사 돌계단길인 데다 겨울에는 거의 틀림없이 빙판이 지므로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구곡담계곡에 내려선 이후 얼마간은 옛 설악산 계곡 특유의 심산유곡에 눈 깊은 분위기가 여실하다. 그러다 쌍용폭포 즈음으로 나서면서는 목재 데크길이 시작된다.

구곡담 계곡도 3년 전의 폭우에 심하게 망가졌다. 외려 골 전체가 눈에 덮인 풍경이 한결 더 낫구나 싶다. 푸르딩딩하게 얼어붙은 폭포들과 소복하니 눈을 인 계곡의 바윗덩이들, 그 사이로 소리져 흐르는 계류 등으로 구성된 한겨울 구곡담 풍정은 한나절 내내 걸으며 즐겨도 지루하지 않다.

수렴동대피소 옆엔 포장마차처럼 비닐로 막을 만들어 두어 등산객들은 그 안에서 쉬며 음식을 끓여먹을 수 있다. 수렴동대피소부터 시작되는 수렴동계곡은 구곡담계곡과 가야동계곡이 합해진 것이기에 한결 넓고 평평하다. 길도 완경사로 긴 내리막인 데다 요철들이 눈에 덮여 있어 놀라울 만큼 걷는 속도도 빨라진다.

 

과거 백담대피소는 백담탐방안내소로 바뀌었다. 몹시 추울 때 안에 들어가 쉬어도 된다. 그 아래 계곡 건너의 백담사 내에는 각종 차를 파는 찻집이 있으므로 절 구경 겸하여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 봉정암 사리탑. 구곡담계곡은 봉정엄 신도들이 늘 오르내린다. / 백담탐방안내소(구 백담대피소) 2층에서 머물고있는 ‘산양박사’이자 환경운동가인 박그림씨.
백담사부터 용대리 시설지구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서, 겨울에는 대개 빙판이 져 있거나 눈 덮인 길이다. 넓은 골짜기라 겨울에는 골바람이 몰아쳐서 걷기가 쉽지만은 않다. 다만 길 옆 눈 덮인 백담계곡은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기도 하는 풍경이므로 이를 즐기는 기분으로 걸으면 한결 지루함이 덜 할 것이다.


사람


설악산자연학교장 우성숙씨
“6개월 시한부 선고 받은 환자들이 말끔히 나았죠”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말기암 환자분 5명이 저희 자연학교 100일 코스에 왔었죠. 그중 세 분은 종양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판정을 받았답니다. 놀랍죠?”

설악산자연학교 우성숙 교장은 차마 믿기 어려운 얘기를 전해준다. 처음엔 잘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 우선 약수터까지 산책을 시키고, 한 달쯤 뒤엔 주전골 산행을 하게 했다. 그 뒤엔 등선대 코스를, 그 다음엔 오색~대청봉 코스 3분의 1까지 왕복하게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청봉 정상을 왕복했을 때 그들은 모두 얼싸안고 울었다.

우성숙 교장은 서울에서 살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좀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음식 하나하나에 노이로제라 할 만큼 까다로웠다. 유기농 농작물은 기본이었고, 소금도 죽염이 아니면 쓰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음악도 MP3는 단절된 음이라 하여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어요. 자연의 소리를 듣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여기 설악산에서 살던 분들도 악성 암에 걸려 일찍 돌아가시더란 말이죠. 결국 깨달았죠. 아하,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이구나 하고 말이죠.”

지금의 우 교장은 아무것이나 잘 먹는다. 산을 노루처럼 날래게 타며, 언행은 수행자답게 차분하다.

“늘 환자들에게 말합니다. 욕심을, 분노를 버리라구요. 그 방법을 때마다 일러주죠. 그러면서 산을 오르면, 어느 병이든 물러가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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