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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이드] 08 흘림골~주전골~오색약수

j미르호 2009. 2. 14. 14:31
[코스가이드] 08 흘림골~주전골~오색약수
대피소에서 묵는 1박2일 일정이면 어느 코스든 안심

겨울 산행은 눈 덮인 등산로를 따라 ‘눈꽃나무’를 즐기며 혹한과 함께 부대끼는 재미가 백미로 꼽힌다. 게으른 사람이나 정신력이 약한 사람은 못하는 게 바로 겨울 등산이다. 이 겨울 산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설악산이 단연 으뜸이다. 설악산은 초겨울 한번 눈이 내리면 이듬해 봄까지 녹지 않고 겨우내 등산객과 함께 한다.

설악산의 다양한 등산코스 중 흘림골과 주전골, 오색약수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똑떨어지는 한나절 코스로 대표적이다. 이 코스는 대청봉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등산객들에게 겨울산행을 만끽할 수 있는 경관과 조망도 제공한다. 눈 덮인 등산로를 따라 눈꽃나무와 다양한 폭포, 등선대, 칠형제봉 등 설악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관이 펼쳐져 있으며, 등산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오색약수와 인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오색이란 이름은 주전골 암반이 다섯 가지 빛을 내고, 옛 오색석사(성국사)에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등선대 오름길에 만나는 기암석 풍경.
오색약수를 산행들머리로 할 수 있으나, 하산 후 오색 온천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흘림골에서 출발했다. 2006년 7월 시간당 100㎜ 이상 내린 폭우로 설악산 일대 등산로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 흘림골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 등산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계곡도 물줄기가 바뀌기도 했다. 자연의 무서운 힘을 즉감할 수 있는 흔적들이다.


골짜기 이름 그대로 내내 햇빛 안 들어

흘림골은 들머리부터 등산로가 나무데크로 새로 단장했다. 흙길은 아니지만 잘 정돈된 등산로다. 출발한 지 10분도 안돼 오른쪽으로 칠형제봉이 길게 위용을 뽐냈다. 일곱 개의 봉우리가 마치 병풍같이 펼쳐져 있었다. 사이좋게 나란히 늘어선 형제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제각각의 모습이었다.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없는 위용이다.

등산로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눈이 내린 지 며칠 지나 눈꽃은 졌지만 흘림골 주변의 눈은 그대로였다. 흘림골은 우거진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날씨가 항상 흐린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능선에 오르기까지 내내 햇빛 한 번 들지 않았다.

햇빛이 들지 않으니 내린 눈도 겨우내 녹지 않는다. 첫눈이 내린 이후부터의 눈은 그대로 첩첩 쌓인다. 눈은 덮여 있었지만 다행히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아 춥지 않았다. 바람 불지 않은 설악산,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흔치않은 날씨가 반겼다. 기분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출발한 지 20여 분만에 여심폭포에 도착했다. 여신폭포라고도 한다. 여성의 중요 신체부위와 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실낱같은 바위틈새 사이 꽁꽁 언 여심폭포 옆으로 ‘여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꼭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여름에 이곳까지만 왔다가 음기를 실컷 즐기다 내려가는 등산객들이 많다고 공단 직원 최경수씨가 귀띔했다. 나무데크 등산로는 계속됐다.

능선 상에 오른 뒤 왼쪽의 급경사 바윗길을 10분쯤 오르면 드디어 이 코스 최정상인 등선대다. 옛날 신선이 하늘로 오르다 잠시 쉬고 갔다고 해서 등선대(登仙臺)다. 해발은 1,100m가 조금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흘림골 입구에서 1.2㎞ 거리다. 뾰쪽한 등선대 꼭대기에 주변 조망이 가능하도록 전망대도 잘 정돈돼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에선 귀청, 소청, 중청, 대청, 점봉산 등 설악산의 큰 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 조망도 즐길 겸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고요한 설악산의 전경이 가슴속까지 스며들었다.

▲ 흘림골 등산로를 따라 10여 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칠형제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때였다. 나무 찍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색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파고 있었다. 몸에 다섯 가지 색을 지녔다 해서 오색딱따구리다. 어렴풋이, 멀리서 나무 찧는 딱따구리 모습을 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치기는 처음이다. 놓칠 새라 부랴부랴 카메라에 담았다. 딱따구리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열심히 나무만 찧고 있었다. 카메라에 가득 담고 주전골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햇빛이 환하게 들었다. 등선대를 기준으로 북쪽은 흘림골, 이름 그 자체였지만 남쪽은 정반대다. 눈길은 계속 됐다. 경사가 조금 가팔랐다. 아이젠을 차고 조심조심 발을 옮겼다.

조그만 계곡이 나왔다. 바로 등선폭포가 눈앞에 들어왔다. 출발한 지 1시간이 좀 지났다. 겨울 눈길 산행이라 조금 지체되기는 했지만 타 계절과 소요시간이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 같다. 공단 직원도 흘림골~주전골~오색약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계절과 비교해서 겨울이 전체 시간에서 30여 분 더 걸리는 정도라고 한다. 등선폭포는 약 20m 가량 흘러내린 흔적만 있을 뿐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고즈넉한 계곡 등산로다. 

날씨가 풀리려는 듯, 내려갈수록 얼음 밑으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다. 이 계곡이 흘러서 십이폭포와 합수된다. 계곡 지류지만 웬만한 계곡과 비슷한 크기였다.

▲ 오색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파고 있다.
등선폭포에서 50여m 내려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내려온 역방향으로 등선대 0.7㎞, 흘림골 입구 1.9㎞이라 표시돼 있고, 하산 방향으로 용소폭포 입구 2.1㎞, 약수터 입구 4.3㎞를 등산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공단 직원 최경수씨는 “주전골과 합류하는 계곡은 깊어 눈이 오면 등산로가 전면 통제된다”고 했다. “이 계곡도 지난 2006년 쏟아진 폭우로 기존 등산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철골만 간혹 눈에 띄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숫자가 적은 등산객 일행은 눈이 조금만 와도 통제하고, 10여 명 이상의 단체 등산객만 눈 상태를 봐가며 통행을 허용한다고 했다.

등선폭포에서 30여 분 지나면 무명폭포가 나온다. 이름이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없는 이름, 즉 무명이다. 이곳 등산로도 완전히 새 단장했다. 나무데크 아래 예전의 등산로가 간혹 흔적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전골은 평지 같은 등산로

낮12시경 십이폭포에 도착했다. 점봉산 십이담 계곡과 합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10여 분쯤 내려오면 약수터 입구 3.6㎞, 용소폭포 입구 1.4㎞가 표시된 이정표가 나온다.
약 20여 분 뒤 흘림골과 주전골 경계인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주전골이다. 곧장 내려가지 않고 삼거리에서 용소폭포쪽으로 잠시 방향을 틀었다. 천 년을 살던 이무기 두 마리가 승천하려 했으나 암놈 이무기가 준비가 안돼 승천할 시기를 놓쳤고, 용이 못된 암놈 이무기가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그 용소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거창한 전설만큼 화려하지 않고, 아담한 크기다. 일부 등산객은 오색약수에서 출발해서 용소폭포를 본 뒤, 그 모습에 실망해서 다시 내려간다고 공단 직원은 전했다.

금강문에 잠시 멈췄다. 이 문을 지나는 것을 시작으로 남설악의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는 길로 들어선다고 했다. 남한에 금강문이 몇 되지 않는다고 설명문에 적혀 있다. 그러나 거창한 설명만큼 금강문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여기서부터 등산객들이 눈에 띄었다. 오색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다. 지나가는 길에 선녀탕이 눈에 들어왔다. 볼품없이 변해 있었다. 옛날에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반석 위에 날개옷을 벗어놓고 목욕했다는 이야기와 동전을 던지면 소원성취한다는 전설을 간직한 그 선녀탕이다. 지금은 목욕이 아니라 신발 벗고 들어가면 무릎까지밖에 안 찰 정도로 돌로 채워져 있다. 모두 폭우 탓이다.

주전계곡은 폭우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주민들은 “지난 폭우가 주전계곡을 완전히 망쳐놓았다”고 했다. 계곡 상류에서 엄청난 바위들이 떠내려와 계곡 형체를 바꾼 것이다. 그나마 눈으로 뒤덮인 겨울 경치는 좀 나은 편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제2약수터가 나온다. 설악산 지리를 잘 아는 공단 직원이 말해서 알았으니, 초행길이나 잘 모르는 등산객은 존재 여부조차 모를 것같다.

오후 1시쯤 오래 전 도둑들이 위조엽전을 만들던 장소라 하여 이름 붙여진 주전동굴에 도착했다. 주전동굴도 파헤쳐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동굴이라기보다는 약간 홈이 팬 자욱 같았다. 자연의 거대한 힘이 전설을 없애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물 제497호인 통일신라시대 양양 오색리 삼층석탑이 있는 오색석
사(성국사)에 이르렀다. 고려시대에 지어졌다는 설도 있다. 오색은 주전골 암반의 다섯 가지 색과 다섯 가시 색의 꽃, 설악산에 오색사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오색은 사계의 변화가 제일이라는 사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만큼 경치가 좋다는 뜻이다.

오후 1시20분 오색약수터 입구에 도착했다. 흘림골에서 출발, 주전골을 거쳐 오색약수까지 약 7㎞에 달하는 등산로를 약 3시간 걸려 마쳤다. 겨울 산행치고는 제법 빠른 편이었다. 대청봉까지 오를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그래도 산행을 즐기고 싶은 등산객들에게 한나절 산행으로는 제격인 코스였다.


명소


오색약수·오색온천
빈혈에 특효…탄산온천은 27℃의 저온천

▲ 온천장이 있는 그린야드호텔. 오색지역의 대표적 시설이다.
오색약수는 조선 중기(1500년경) 오색석사의 한 승려가 우연히 반석 위에 솟는 물을 마셔본 뒤 ‘신비의 약수’로 규정한 데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약수를 발견한 오색석사의 이름을 따서 오색약수라고 이름 붙였다. 오색약수가 다섯 가지 맛을 낸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약수로 꼽히며, 평안도의 삼방약수와 함께 2대 약수로 알려져 있다.

샘솟는 양이 500여 년 동안 하루같이 일정하고 철분과 탄산분이 많아 빈혈, 위장병, 신경쇠약 등에 특히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 약수에 가재나 지렁이를 담그면 곧 죽어버릴 만큼 살충력이 강해 뱃속의 기생충까지 없앤다고도 한다.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도 알려져 있다.

원래 약수는 세 곳이었으나 계곡 상류쪽 약수인 제2약수터는 지난 2006년 폭우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재 약수가 샘솟는 약수교가 있는 하류쪽 두 곳도 양이 많이 줄었다. 개울가에 있는 약수는 그나마 예전의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로 위에 있는 약수는 양도 줄었고 맛도 희석됐다고 한다.

오색온천은 해발 600m 지점 온정(溫井)골에서 채수하여 3㎞ 떨어진 현재의 상가까지 공급하고 있다. 일제시대에는 조선온천으로 알려질 만큼 유명했다. 1982년 강원도에서 장시간 탐사 끝에 고온 양질의 수질 ph8.3 온천을 발견했다. 이 양질의 온천에 목욕하면 살결이 고와지고 피부미용 효과가 크다고 미인온천 또는 녹색온천이라고 한다.

초기엔 멧돼지를 산채로 튀겨냈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하며, 지금은 수온 43℃를 유지하고 있다. 

오색약수로부터 약 300m 지점에 있는 탄산온천은 93년 6월부터 94년 4월까지 11개월간 탐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의 탄산온천으로 꼽힌다. 일본 아리마 온천보다 수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천이라 하면 따뜻한 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27℃의 냉온천으로, 사이다의 주성분인 탄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포(泡)온천’ ‘자(疵)온천’, ‘미인 온천’으로도 불린다. 신경통 등 류마티스성 질환, 고혈압, 동맥경화증, 뇌졸중 후의 마비, 소화기 질환, 알레르기성 질환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 요금은 주중 성인 7,000원, 주말 8,000원. 주변 식당을 이용하면 할인권을 준다. 할인권을 내면 성인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