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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품 산행로] 오대산

j미르호 2011. 4. 21. 11:16

눈 덮인 산중에 가득한 자비로운 부처 미소

상원사~중대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 원점회귀 5시간 소요

겨울 햇살이 전나무숲으로 쏟아진다. 숲을 뒤덮은 하얀 눈 위로 푸른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숲속을 거닐다 두 팔 벌리고 하늘을 우러르면 더없이 정갈한 기운이 잠자고 있던 몸속의 낡은 세포를 하나하나 깨워준다. 문득 숲속에 울려퍼지는 해맑은 목탁소리…. 오대산 비로봉(1,563m) 가는 길에 있는 천년고찰 월정사 들머리 풍광이다.


▲ 소황병산 쪽에서 바라본 노인봉과 오대산 조망.

 
진입로 전나무숲 일품인 오대산 월정사

신라 최고 가문인 진골 출신의 자장율사(590-658)가 당나라에서 법을 구할 때 문수보살로부터 가사 한 벌과 부처의 바리때 하나, 그리고 부처의 머리뼈 한 조각을 받았다. 귀국한 자장율사는 국토를 순례하다가 중국의 오대산과 닮은 이곳을 발견했다.

율사는 부처의 정골사리를 중대 적멸보궁에 모시고, 이를 중심으로 북대·남대·서대·동대에 각각 오류성중(五類聖衆)이 상주한다는 믿음으로 기도했다. 중국의 ‘오대산 신앙’을 이 땅에 도입한 자장율사가 지은 작은 띳집은 후에 월정사가 되었다. 월정사(月精寺)라는 이름은 만월대에 떠오르는 보름날의 달빛이 유난히 밝고 좋다고 하여 지은 것이다.

▲ 오대산 월정사의 겨울 풍경. 오대산 산행에서 상원사와 함께 꼭 들러봐야 할 절집이다.
 
유서 깊고 아름다운 절이건만 6·25전쟁 때 입은 피해는 참혹할 정도였으니, 국보급 건축물은 이때 모두 불타버리고 범종도 녹아 영원히 사라졌다.

다행스럽게도 돌로 만든 것들은 남았는데, 바로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이다.

구층석탑의 팔각은 불교의 실천수행에 기본이 되는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한다.

고려 초기인 10세기쯤에 제작된 이 탑은 연꽃무늬로 장식한 이층 기단, 균등하고 우아한 조형미를 갖춘 탑신, 그리고 완벽한 형태의 상륜부 등에서 세련된 조형미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으로 꼽힌다.

성보박물관에서 상원사 중창권선문, 팔각구층석탑 사리구, 상원사 문수동자상 복장유물 등을 둘러보고 월정사를 벗어나면 눈 덮인 산길은 얼어붙은 맑은 계류를 끼고 상원사로 이어진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8km 정도 되는 이 길은 산책하기 좋은 구간이지만, 산행 시간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따라서 오대산 산행의 본격적인 출발지는 상원사가 된다.


▲ 국보 제221호로 지정되어 있는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왼쪽). 병을 고치기 위해 상원사를 찾았던 세조와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상원사 입구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진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이곳까지 들어온다. 따라서 평창 송어축제를 구경한 뒤 상원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는 방법도 괜찮다.

오대산 신앙의 중심지로 꼽히는 상원사(上院寺)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동종(국보 제36호)으로 유명하다.

725년(신라 성덕왕 24)에 조성된 동종 표면엔 하늘을 비상하며 공후와 생황을 연주하는 비천상이 새겨져 있는데, 흘러가는 구름과 펄럭이는 천 자락의 표현이 생동감이 넘친다. 겨울 오대산을 깨우는 종소리 또한 청아하기 이를 데 없다.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은 병을 고치러 오대산을 찾았던 세조가 목욕 중에 목격한 문수보살의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조각된 것이라고 전한다.


적멸보궁부터는 호젓한 산길 이어져

상원사부터 시작하는 본격 산길은 넓고 완만하다. 사자암(중대)를 지나면서 조금 가팔라지던 산길은 적멸보궁(寂滅寶宮)에 이르러 잠시 수굿해진다.

비로봉 정기가 동으로 뻗어내린 곳에 있는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정골사리가 묻혀 있어 우리나라 불교의 제일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바로 영축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 설악산 봉정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에 든다.

▲ 어디로 떠나는 길인지. 부처님의 미소보다 넉넉한 오대산이 굽어보고 있다.
 
적멸보궁엔 불상이 없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으니 물체로 이루어진 불상을 굳이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리라.

“진리 외에 하찮은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마라. 만들어진 것은 모두 사라지게 마련이니.” 부처가 열반에 들며 중생에게 설파한 마지막 가르침이다.

적멸보궁을 지나면서부터는 적설량이 점차 많아진다. 적멸보궁까지만 해도 한겨울에도 불자들의 발길이 잦기 때문에 늘 러셀이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길은 오를수록 조금씩 가팔라진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무렵 정상 능선에 닿는다. 능선은 바람이 아주 거세다.

따라서 방풍의류는 물론 장갑도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이 바람을 우습게 봤다가는 순식간에 손이 동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비로봉 오르는 중에 바라본 주변 조망. 첩첩 산물결을 이루었다.
 
오대산 최고봉인 비로봉 정상 주변의 조망은 빼어나다. 멀리 동해의 푸른 바다가 아련한 동쪽으로는 노인봉에서 뻗어온 백두대간 마루금이 동대산을 지나고는 북으로 방향을 잡고 두로봉을 지나 장쾌하게 흐른다.

남쪽으론 최근 눈꽃산행의 인기 대상지로 떠오른 계방산 능선이 선명하다.

비로봉에서 상왕봉(1,491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바람이 역시 거세니 옷매무새를 단단히 해야 한다.

또 내려가는 능선길은 오름길보다 땀이 덜나기 때문에 오를 때보다 한 겹 더 챙겨 입는 게 좋다. 이 능선길은 적설량이 많아 적멸보궁까지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최소 발목 이상은 쌓여있다. 참나무숲을 헤쳐 나가다 보면 주목이 유달리 많이 눈에 띈다.
 
 
기암절벽 절경 이룬 오대산 소금강계곡

상왕봉에서 능선길을 따라 50분 정도 내려서면 미륵암(북대) 지나 두로령 고갯길과 만난다.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고갯길은 내리막이라 힘이 덜 들지만, 조금 지루한 편이다.

이렇게 1시간 정도 걸어 내려가면 처음 산행을 시작했던 상원사 입구 주차장에 닿는다. 이 코스를 원점 회귀하는 데 총 5시간 정도 걸린다.

▲ 상)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대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하)톡 쏘는 맛이 일품인 방아다리 약수.
 
 
 
한편, 오대산 동쪽 기슭에 있는 소금강계곡은 짙은 숲속을 흐르는 맑은 계류와 불쑥불쑥 솟은 기암절벽이 아름다워 1970년에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되었다.

오대산 줄기인 황병산을 주봉으로 우측은 노인봉, 좌측은 매봉이 자리한 소금강은 학이 날개를 편 듯한 형국이라 해서 청학산(靑鶴山)이라고도 불렀다.

무릉계를 경계로 하류쪽을 외소금강, 상류쪽을 내소금강으로 구분한다.

외소금강엔 금강문 옥조대 십자소 옥수연 등의 명소가 있고, 내소금강엔 식당암 구룡연 청심대 만물상 등이 절경을 이룬다.

소금강엔 여러 군데의 등산로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소금강 산행은 관리사무소가 있는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식당암~만물상~노인봉~진고개를 거치는 코스는 6시간 걸린다. 계곡 상류서부터는 경사가 심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약수 한 모금으로 몸속에 찌든 때를 씻어내고

요즘엔 반대로 진고개에서 시작해 노인봉~만물상~식당암~주차장을 거치는 등산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안내산악회 등 단체산행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그룹이 승용차를 이용했다면 되돌아올 때 교통편이 아주 마땅치 않다.

따라서 일행 중 누군가 승용차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사실 시도하기 쉽지 않은 코스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면 동해 전망이 빼어난 노인봉까지만 다녀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방아다리약수는 월정사 입구에서 승용차로 30분쯤 거리에 있다. 방아다리약수의 매력은 월정사와 마찬가지로 진입로의 울창한 전나무숲. 약 250만 평의 나무숲이 선사하는 신선한 청량감에 가슴은 물맛을 보기도 전에 시원해진다.

▲ 왼)새하얀 얼음기둥으로 변한 소금강계곡의 폭포. 오)소금강계곡의 대표 경치인 만물상. 보는 각도에 따라 갖가지 형상이 드러난다.

 
 
시뻘겋게 물든 바위틈에서 보골보골 솟아오른 약수는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다. 위장병·신경통·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일제 때부터 유명해져 1930년대엔 북한의 삼방약수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나라 안에 이름이 높아 병을 고치러 오는 환자들도 많았다.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 돌리면 퇴색한 건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이 약수를 지켜주는 용신각(龍神閣).

물은 우리 민속신앙에서 생명력과 풍요의 원리와 정화의 상징으로 섬겨지면서 독특한 종교적 기능을 발휘해왔는데, 이런 기능은 용신 또는 용왕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용신각은 방아다리약수를 지켜주면서 지병을 치료하러 오는 사람들의 소원도 들어주고 있다.  
 상원사~중대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 원점회귀 5시간 소요

 
산행길잡이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1,563m)은 월정사와 상원사 등의 천년고찰을 끼고 있는 불가(佛家)의 명산이다. 진고개를 지나는 6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비로봉·호령봉·상왕봉·두로봉·동대산의 다섯 봉우리가 연꽃 형상을 이룬 월정사지구와 동쪽의 노인봉(1,338m)을 중심으로 하는 소금강지구로 나뉜다.

오대산의 여러 코스 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상원사~중대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 원점회귀 코스가 5시간 정도 걸린다.

만약 산행시간이 많지 않거나 기후 등 여건이 좋지 않다면 비로봉까지만 갔다가 되짚어 내려오는 게 좋다. 상원사~중대암~적멸보궁~비로봉~적멸보궁~중대암~상원사 회귀코스는 3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이는 겨울에 눈이 발목 정도까지만 쌓였을 때 시간이고, 만약 적설량이 발목을 넘는다면 산행시간을 조금 더 넉넉하게 계산하는 게 좋다. 오대산은 바위가 많지 않은 육산이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엔 아이젠을 꼭 갖춰야 한다.

또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더라도 정상 능선엔 바람이 거세게 부니 꼭 방풍의류를 갖춰야 한다. 월정사 문화재 관람료 어른 2,500원, 청소년 1,300원, 어린이 700원. 국립공원 주차료 5,000원.
※오대산 관리사무소 전화 033-332-6417

숙식

오대산 입구에 호텔, 여관, 민박집이 많다. 오대산 입구의 집단시설지구와 그 길목에 오대산식당(033-332-6888), 비로봉식당(033-332-6597) 등 산채비빔밥을 차리는 식당이 많다. 산채비빔밥 7,000원, 산채정식 13,000원.

교통

자가운전 진부→6번 국도(월정사 방향)→7km→월정사 입구 삼거리(좌회전)→탐방안내소→월정사→8km→상원사 <30분 소요>

진부→상원사 버스터미널(033-335-6307)에서 매일 6회(08:30, 09:40, 11:50, 12:50, 15:30, 16:40) 운행. 40분 소요, 요금 2,460원. 이 버스는 상원사에 도착한 뒤 곧 진부로 회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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