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ho/자동차

렉스턴2 시승기

j미르호 2008. 1. 19. 22:09
쌍용 렉스턴Ⅱ 노블레스



 

 

국산 SUV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쌍용이 지난 3월 말 내놓은 신형 렉스턴Ⅱ를 시승한 후 느낌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SUV라는 자존심을 걸고 지난 2001년 8월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오래 된 벤츠 엔진과 120마력의 최고출력은 말 못할 고민거리였다. 경쟁차들은 이런 약점을 물고 늘어졌고, 렉스턴 엔진의 더디고 묵직한 초기 반응은 힘없음과 개성 사이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래서 ‘역시 아직은 수입 SUV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구나’라는 실망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했던 렉스턴이 지난 5년간 진화하면서 ‘이젠 한 번 붙어 볼만하겠는데’라는 느낌으로 확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쌍용은 렉스턴Ⅱ의 경쟁상대는 수입차라고 밝힐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다.

렉스턴 이미지에 뉴 체어맨 스타일을 더해
신형 렉스턴은 ‘Ⅱ’라는 식상한 수식어를 달았지만 애매한 모델체인지라 할 수 있다. 겉모습과 인테리어 등의 일부 디자인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페이스리프트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파워 트레인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꾸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페이스리프트 이상의 변화다.
디자인은 기존 렉스턴의 이미지에 뉴 체어맨의 스타일을 더한 모습이다. 특히 넓고 두터운 크롬도금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까지 연결되는 후드 캐릭터 라인, 4등식 프로젝션 헤드램프, 와이드 사이즈 범퍼 가니시 등의 앞모습은 뉴 체어맨을 꼭 빼닮았다. SUV이면서도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고급 세단의 무거움이 SUV 디자인 본연의 특징인 역동성을 떨어뜨린 듯한 느낌이다.
휠 디자인을 눈의 결정체 모양으로 바꾸고 볼륨감이 넘친 앞뒤 휠 하우스에 덧붙인 크롬도금 휠 아치를 없앤 것이 옆모습의 변화. 루프랙은 블랙톤으로 바뀌었다. LED 타입의 리어 스포일러, 그리고 충격흡수 및 복원력이 향상된 리어범퍼로 변화를 준 뒷모습 역시 렉스턴Ⅱ의 고급스러움을 살리는 요소. 다만 렉스턴 고유의 개성이 사라졌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SUV의 체어맨’이라는 말이 실감이 가는 부분은 실내다. 대시보드 전체의 구성은 변화가 없으나 센터 페시아의 디자인은 눈길을 끈다. 센터 페시아의 디자인이 위 아래로 구분되었던 것이 일체형으로 바뀌어 정돈된 분위기를 내고 있다. 맨 윗부분의 디지털 시계 오른쪽에 USB포트가 있고, 그 바로 아래 수납함 형태로 만든 휴대폰 거치대도 독특하다.
AV 내비게이션이 없는 경우는 원형의 오디오 패널로 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AV 시스템에는 국내 SUV 처음으로 DMB 수신 기능이 있다. 아래쪽에는 5단 시트 히팅 버튼이 있다. 뒷좌석 열선 스위치는 좌우 도어에 각각 설계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과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의 디자인에는 변화가 없다. 계기판은 속도계를 가운데 크게 위치시키고 파란색 테두리로 시인성을 높인 블랙 페이스 LED 그대로다. 2003년형에서 추가되었던 멀티 오버헤드콘솔이 시승차에는 빠져 있었다. 스티어링 칼럼 왼쪽 레버 끝 부분의 버튼을 누르면 비상등이 세 번 깜박이는 오토 비상등 스위치는 이젠 손에 익어 쓸 때마다 편리함이 느껴진다.
시트 자체는 큰 변화는 없다. 2열 시트는 6: 4 분할 폴딩식. 헤드 레스트를 그대로 두고 폴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구형에서는 시트백만 앞으로 젖혔는데 이번에는 시트 쿠션과 함께 더블 폴딩이 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시트를 접으면 깔끔한 화물공간이 생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향은 차급에 관계없이 새 모델이나 이어(year) 모델을 내놓을 때 온갖 편의장비로 무장하는 것. 값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도 같은 패턴. 렉스턴Ⅱ도 이러한 흐름을 충실히 따르며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많은 편의장비를 더했다.
국내 SUV 처음으로 후방카메라를 달았고, 뉴 체어맨에 달린 운전석 이지 엑세스 시스템도 더했다. 운전석 이지 엑세스 시스템은 운전자 승하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자동으로 시트가 후방과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기능. 젊은 취향을 고려해 USB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춰 USB 메모리 스틱을 꼽기만 하면 간편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국내 SUV 처음으로 지상파 DMB도 도입했다.
이제는 달려 볼 차례. 렉스턴Ⅱ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뭐니 해도 동력성능을 들 수 있다. 제3세대 2.7ℓ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튜닝해 최고출력이 191마력, 최대토크가 41.1kg·m로 200마력 시대에 근접했다. 그동안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던 출력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듯 싶다.


소음 문제 해결 여전히 숙제로 남아
달라진 렉스턴Ⅱ의 동력성능은 구형과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출발부터 박진감이 넘친다. 엔진 반응이 한 박자 늦게 전해오는 이전 모델과는 치고 나가는 힘에서 그 차이가 확연하다. 고속주행 등 전 구간에서 부드럽고 매끈한 응답성을 보여준다. 특히 한 번의 가속으로 120km 이상으로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전혀 막힘이 없다.
탁 트인 자유로를 내달리며 속도를 올렸다 줄였다 하는 동안 벤츠의 5단 E-트로닉은 재빨리 기어를 바꾸며 새 엔진의 늘어난 출력을 잘 소화해낸다. 빠르게 반응하면서 변속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움이 일품. 렉스턴에 또 하나의 벤츠 프리미엄을 안겨준 E-트로닉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며 수동 모드가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제공한다. E-트로닉 수동모드는 기어레버를 M에 위치시킨 후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의 ‘+’, ‘-’ 스위치 조작으로 기어 단수를 조절해 수동변속기의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주행 때의 승차감과 안정감은 고급 대형 세단 못지않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다만 시속 150km 이상의 고속주행 때 다소 큰 엔진음이 귀에 거슬리는 것이 약간의 흠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이 말해주듯 서스펜션은 약간 무른 감이 있지만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과 폭 255mm의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접지력이 노면충격을 잘 걸러내고 코너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으면서 차체를 잘 잡아준다. 전자식 차체자세제어 프로그램인 ESP가 더해진 결과다. 짐을 싣기 편하도록 차 뒷부분의 높이가 30mm까지 낮아지는 EAS(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기능도 갖추었는데 오히려 차체가 높은 액티언에 필요한 장치일 듯 하다.
전자동 파킹브레이크(EPB)가 달려 있어 혼잡한 도심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었다 하는 불편함이 줄어든 것도 새롭다. 자동모드에서 브레이크를 약 2초간 밟고 있으면 자동으로 주차브레이크가 작동되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차는 정지상태를 유지한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주차브레이크가 해제되면서 차가 전진하게 된다. 즉, 꽉 막힌 정체구간에서도 2초 이상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구동방식이 풀타임 4WD인 렉스턴Ⅱ는 오프로더다운 기질을 보였다. 물론 값비싼 SUV를 몰고 험로에 들어서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4WD의 진정한 모습을 간직한 차는 매력적이다. 오프로드 매니아도 아쉽지 않겠다. 오프로드에서 자잘한 충격을 모두 솎아내고 부드럽게 달리는 모습은 럭셔리 SUV답다.
렉스턴Ⅱ는 이전 모델에 비해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그동안 아쉬웠던 힘을 잡았고 고급 편의장비도 보강했으니 이제 또다시 모자라는 그 무언가를 찾아낼 차례다. 경쟁상대를 국산이 아닌 수입 SUV로 삼는다면 말이다.

'Mirho >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동차 지붕의 변화  (0) 2008.02.06
추억의 현대 포니  (0) 2008.02.02
제네시스  (0) 2008.01.20
제네시스  (0) 2008.01.19
베라크루즈 시승기  (0) 2008.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