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of Monster' 류현진, 한미일 최고 괴물

'Monster of Monster' 류현진, 한미일 최고 괴물

기사입력 2008-08-24 08:33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3명의 괴물 투수들이 관심을 모았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유력한 미국의 괴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0·샌디에이고 주립대), 일본프로야구를 주름잡고 있는 일본의 괴물 다르빗슈 유(22·니혼햄) 그리고 한국프로야구를 쥐락펴락한 한국의 괴물 류현진(21·한화). 한미일을 대표하는 괴물 투수들이 베이징에서 집결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올림픽 괴물 투수 열전 최종승자는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한국야구 사상 첫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런던 올림픽부터 야구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는 만큼 올림픽 야구 사상 최후의 승리투수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류현진은 올림픽 2경기에서 2승 방어율 1.04를 기록했다. 17⅓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만 허용했다. 지난 15일 예선 캐나다전에서 9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으로 1-0 완봉승을 기록했는데 지난 2000년 시드니에서 쿠바 호세 콘트라레스가 예선 호주전에서 기록한 이래 올림픽 사상 두 번째 1-0 완봉승이었다.

캐나다전 이후 7일간의 휴식을 취하고 23일 결승 쿠바전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8⅓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쿠바의 방망이를 봉쇄했다. ‘공포의 살인타선’을 자랑하는 쿠바는 이번 올림픽 9경기에서 팀 타율 3할7리와 함께 13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경기당 평균 7.1점을 기록했다. 그런 타선을 류현진은 단 2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도 캐나다전 127개에 이어 쿠바전에서도 123개 공을 뿌렸다. 류현진은 이번 대회에서 단 2경기에만 등판하고도 최다 투구이닝 및 최다 투구수를 소화한 투수였다.

반면 다르빗슈는 지난 13일 예선 첫경기 쿠바전에서 호기롭게 선발등판했으나 4이닝 7피안타 4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며 선발패했다. 호시노 재팬의 몰락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다르빗슈는 큰 의미가 없는 예선 최종 미국전에 선발등판, 2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사흘 뒤 미국과의 3·4위전에서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볼넷 1개와 폭투를 2개나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안 좋았다. 올림픽 3경기에서 1패 방어율 5.14.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무려 1.86이었고 피안타율도 2할9푼6리에 달할 정도로 괴물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였던 스트라스버그는 예선 첫경기였던 지난 14일 네덜란드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1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내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중국과 함께 대회 최약체였다. 7일 뒤 쿠바와의 준결승에 선발등판한 스트라스버그는 4이닝 6피안타 5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무너지며 역시 조기강판됐다. 패전투수도 스트라스버그의 몫. 다르빗슈에 이어 스트라스버그마저 쿠바의 강타선에 5회를 못 버텼다. 그런 타선을 류현진은 9회 1사까지 버텨낸 것이다.

힘으로 맞서다 쿠바에게 통타를 당한 다르빗슈나 스트라스버그와 달리 류현진은 묵직한 구위를 유지하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곳으로 효과적인 제구와 함께 체인지업으로 쿠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노련미까지 과시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점대(0.87)였고 피안타율은 1할대(0.167)였다. 득점권에서도 류현진은 8타수 무안타 4볼넷으로 막았다. 다르빗슈는 11타수 2안타 5볼넷, 스트라스버그는 4타수 1안타였다.

결정적으로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팀 타선으로부터 지원받은 점수는 고작 4점이었다. 9이닝 환산시 2.1점. 다르빗슈는 2.6점, 스트라스버그는 7.4점이었다. 류현진의 진짜 강점은 프레셔에 강하다는 점이다. 류현진이 거둔 2승 모두 1점차 승리였다. 류현진은 금메달 획득 후 “이번에 잘 던졌다고 자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괴물이 더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