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수 있다’ 올림픽야구 가장 떨렸던 순간
[2008.09.02 10:44:53]
2008년 8월은 한국 야구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퍼펙트 금메달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온 국민이 가슴 졸이고, 환호했다.
현장에서 직접 뛴 선수들은 또 얼마나 긴장했을까. 김경문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이 밝힌 ‘베이징 올림픽, 가장 살 떨렸던 순간’을 통해 그 때의 감격을 되새겨보자.
▶김경문 감독=쿠바와의 결승전 9회 말을 잊을 수 없다. 사실 결승에 오른 것으로 우리의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나 정상 문턱까지 와놓고 주저 앉았다면 너무나 억울했을 것이다.
3-2로 쫓긴 9회 말 포수 강민호가 퇴장 당하고 1사 만루에 몰렸을 때 "아, 나는 이대로 2등 감독으로 주저 앉는구나"라는 회한이 밀려왔다. 2005년,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졌던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덕분에 나도 '2등 감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진영(SK)=일본과 준결승전에서 동점타를 때렸을 때다. 일본 선발이 좌완 스기우치라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언젠가 대타로 기용될 줄은 알았다. 그런데 7회 2사 1·2루, 가장 긴박한 찬스에서 걸렸다. 상대 투수는 일본 최고 마무리라는 후지카와.
그의 강속구는 너무 뛰어났다. 빠르고 묵직한 창이 내려 꽂히는 느낌이었다. 계속 직구 승부를 할 줄 알았다. 불리한 볼카운트(2-1)에서 '한 템포 빨리 스윙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돌리는데 포크볼이 들어왔다.
그것도 높은 쪽에서 떨어지는 밋밋한 포크볼. 실투였다. 사실 본격적인 긴장은 그 때부터였다. 타구가 1·2루 사이로 향하는데 일본 수비가 워낙 좋아 '잡히면 안된다'고 마음 속으로 수 차례 기도를 했다. 보통 때면 찰나와 같은 그 짧은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결국 타구가 외야로 완전히 빠져 나간 것을 확인한 뒤 안도의 마음으로 1루를 밟았다. 그 순간 머리카락이 주뼛주뼛 서더라.
▶송승준(롯데)=한•일전이 펼쳐진 준결승 8회 (이)승엽이 형 타석 때다. 역대 한•일전에서 8회 득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이)승엽이 형이 대기 타석에 있을 때 "시드니 생각하면서 쳐라"라고 말했다. (이)승엽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승엽이 형이 타석에 들어서니 '못 치면 어떡하나'라는 마음에 더욱 살 떨렸다.
▶이종욱(두산)=쿠바와 결승전에서 2-1이던 7회 초 2사 1·2루 때다. 나는 볼넷을 얻어 1루에 있었는데 이용규가 오른쪽 펜스 쪽으로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냈다. 나는 타구를 보고 뛰다 3루에 멈췄다. 그런데 김광수 3루코치가 나를 나무라셨다.
내가 아웃카운트를 1사로 착각했던 것이다. 2사였기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홈까지 뛰었어야 됐는데…. 내가 득점해서 4-1이 됐다면 남은 이닝이 쉬웠을 것이다. 난 죄인, 아니 역적이 된 심정이었다. 우승이 확정될 때까지 계속 기도만 했다. 이겨서 정말 다행이다.
▶이대호(롯데)=특별히 긴장된 순간은 별로 없었지만 쿠바와 결승전 9회 1사 만루 때는 정말 떨리더라. 한 순간에 메달 색깔이 바뀌는 것 아닌가. 내가 그라운드에 있지 못해 더그아웃에서 마음 속으로 얼마나 응원했는지 모르겠다.
▶류현진(한화)=개인적으로는 중국전이 가장 조마조마했다. 나는 경기에서 던지지 않고 더그아웃에서 응원을 했는데도 가슴이 졸였다. 전날 밤 경기(미국전) 후 바로 낮 경기라 선수들의 피로감이 있긴 했어도 그렇게 힘든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은 못했다.
3회까지 무득점이라 모두들 설마 설마 했는데 5회가 넘었고, 결국 서스펜디드 경기에서도 연장 승부치기 끝에 겨우 이겼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중국이랑 해봤지만 분명 그때보다 수준이 올라왔더라. '내가 나가서 던지고 싶었냐고?' 그런 경기는 절대 사양이다. 중국한테 맞아 진다면 무슨 창피인가.
▶진갑용(삼성)=당연히 결승 쿠바전 9회 1사 만루 때 아니겠나. 강민호가 퇴장 당하는 바람에 전혀 예상치 못하고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됐다. 순간 머리가 멍하고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머리가 백지가 된다는 표현이 꼭 맞았다. 더그아웃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걸어나가는 데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박진만(삼성)=쿠바와 결승전 9회 1사 1·2루. 볼카운트 2-3에서 류현진이 던진 공이 볼로 판정됐을 때다. 한 점차 승부에서 역전주자까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게 되니 최고로 긴장되더라.
▶오승환(삼성)=솔직히 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살 떨리거나 긴장된 순간은 특별히 없었다. 경기에 나서고 마운드에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더그아웃에 있으니 크게 긴장되거나 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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