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했던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패패패패 그리고 류현진 승. 후반기 15경기에서 한화는 이 같은 패턴을 세 차례나 되풀이하며 5위까지 추락했다. 꾸준히 4연패를 당하는 한화도 대단하지만 꾸준히 4연패를 끊어내는 ‘괴물 에이스’ 류현진(21)은 더 대단하다. 만 21살의 젊은 영건이 에이스라는 무거운 부감을 짊어지고, 막중한 책임감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류현진은 8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시즌 13승(6패)째이자 프로 통산 48승째를 따냈다. 총 투구수는 101개밖에 되지 않았고, 유일한 실점마저도 수비 실책에 따른 비자책점이었다. 한화는 5-1로 승리하며 후반기 들어 벌써 3번째로 4연패를 끊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끝내고 맞이한 후반기 3경기에서 23이닝을 던지며 3승 방어율 1.17을 기록했다. 탈삼진도 22개나 잡았다.
올 시즌 류현진은 한화가 3연패 이상 당한 가운데 7경기에서 선발등판했다. 이 7경기에서 류현진은 5승 방어율은 2.31으로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경기당 평균 7.2이닝을 던질 정도로 불펜의 부담도 확실히 덜어주었다. 결정적으로 3연패 이상을 당한 가운데 류현진이 등판한 7경기에서 한화는 전승을 거뒀다. 에이스의 가장 큰 역할이 다름 아닌 연패 사슬을 끊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괴물 류현진의 위력이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후반기에서 팀에 계속 안 좋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배님들도 내가 나가서 지면 팀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부담도 크지만 한편으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어린투수에게 팀의 운명이 달려있다. 지난 4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류현진은 “7회부터 1점차라 연장에 가면 동료들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더 세게 던졌다”고 말했다. 자기자신 앞가림하기에 바쁠 나이에 팀의 앞가림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까지 무너지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책임감있게 던지고 있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초연하게 말했다. 타선지원은 많이도 바라지 않는다. “선배들에게 3점만 뽑아주면 이긴다고 말했는데 5점을 뽑아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는 것이 류현진의 말이다. 올 시즌 류현진의 9이닝당 타선의 득점지원은 평균 5.1점으로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빠른 템포로 경기를 운영한 덕분에 야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류현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힘이다.
한화는 거둔 후반기 3승을 모두 류현진이 따낼 정도로 한화는 류현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남은 잔여 9경기에서 5할 이상 승률을 거둬도 4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4위 삼성에 1.5경기차로 뒤져있기 때문이다. 남은 9경기에서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데 류현진은 최대 4경기 정도 선발등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경기일정이 띄엄띄엄하다. 류현진은 “앞으로 나가는 경기에서 모두 이기도록 하겠다. 아직 4강이 끝난 것이 아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대선배
구대성은 류현진에 바라보며 “평소에는 완전히 어린애가 따로없는데 저기(마운드)에만 올라가면 할아버지가 되더라”고 말했다. 평소 어린애처럼 행동해도 에이스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잘 아는 류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