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 1위.스위스)가 신예 돌풍을 뿌리치고 US오픈 5연패를 달성했다.
페더러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아서애쉬 코트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앤디 머레이(세계 6위.영국)를 겨우 1시간 10분만에 세트스코어 3-0(6-2 7-5 6-2)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페더러는 1920년부터 1925년까지 이 대회 6연패를 달성한 윌리엄 틸덴(미국) 이후 두 번째로 US오픈 남자단식 5연패를 달성했다. 아울러 올시즌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잇따라 패하면서 메이저대회에서 무관에 그칠 뻔 했던 위기를 벗어나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150만달러(약 16억 3000만원).
특히 페더러는 통산 13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루면서 역대 최다 메이저 대회 우승기록은
피트 샘프라스의 14회에 바짝 다가섰다. 페더러가 US오픈 결승에서 3-0 완승을 거둔 것은 2004년
레이튼 휴이트를 이겼을 때와 2007년 노박 조코비치를 꺾었을 때에 이어 3번째다,
반면 4강에서 세계 1위
라파엘 나달을 꺾고 1997년 그렉 루세드스키가 이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11년 만에 결승에 오른 영국 선수가 된 머레이는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72년 만에 영국 출신 US오픈 챔피언에 도전했지만 페더러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페더러로서는 의미있는 우승이었다. 2003년부터 지난 해까지 5년 동안 12개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뤘던 페더러는 하지만 올해 들어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호주오픈에서 준결승 탈락한 데 이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는 거푸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결승에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자신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던 윔블던에서 당한 패배는 큰 충격이었다. 2004년 2월 이후 유지했던 세계랭킹 1위 자리마저 내줬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페더러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게 됐고 세계 정상임을 만천하에 다시 알렸다.
1세트에서 머레이의 서브게임을 두 차례나 브레이크 하면서 6-2로 쉽게 따낸 페더러는 2세트 들어 자기 페이스를 찾은 머레이에게 다소 고전하며 5-5 동점까지 내줬다. 하지만 마지막 머레이의 서브게임을 따내면서 힘겹게 2세트까지 가져왔다.
완전히 기세가 오른 페더러는 실망감이 역력한 머레이를 3세트와 완전히 몰아붙였고 5-0까지 앞선 끝에 6-2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마지막에 머레이에게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기도 했지만 5-2에서 머레이의 서브게임을 따내면서 대망의 우승을 완성했다.
페더러는 범실에서 33-28로 오히려 많았지만 강력한 서브에 이은 공격적인 대쉬와 변화 무쌍한 변칙 플레이로 머레이를 흔들어 손쉬운 승리를 이뤄냈다. 특히 44차례나 네트플레이를 펼쳐 31포인트나 얻은 것이 결정적인 승리요인이었다. 다른 정상급 선수와 달리 머레이의 패싱샷 기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간파한 작전의 승리였다.
페더러는 긴 랠리 끝에 마지막 포인트를 얻는 순간 13번이나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을 차지한 선수 답지 않게 코트 바닥에 누워 주먹을 불끈 쥐며 남달리 기쁨을 나타냈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 이번 우승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