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려한 눈꽃 풍광을 자랑하는 사다리병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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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雉岳山·1,288m)은 원주시 동쪽으로 거대한 장벽처럼 능선이 남북으로 뻗어 있는 산줄기다. 워낙 당당하게 솟구쳐 억세고 힘만 들지 별스런 멋이 없으리라 생각하기 쉬우나 치악산은 계절 따라 다른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흔히 꿩의 보은 설화에 유래해 ‘전설의 산’이자 단풍 빛이 수려한 ‘가을 산’ 정도로 평하지만 겨울 풍광 또한 뛰어나다. 특히 비로봉 북릉은
눈꽃 터널을 만나지 않으면 운이 없다고 할 만큼 겨우내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이는 치악산이 내륙 중부지방에 위치해 대륙성 기후의 특성이 강하며 밤낮의 일교차가 심하고, 겨울에는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지기도 하며 평균 강우량은 1,200mm로서 다우(多雨)지역에 속하는 데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능선이 멀리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받고 있기 때문이다.
눈꽃 산행으로 가장 인기 높은 코스는 당연히 비로봉 북릉을 따르는 사다리병창 길과 계곡길을 잇는 구룡사 원점회귀 코스다. 사다리병창 코스는 ‘사다리로 이어지는 절벽길’이란 의미답게 철사다리가 수시로 나타나고 가파른 능선길이지만, 눈꽃 터널과 더불어 비로봉~천지봉쪽 겨울 풍광 또한 멋지다. 게다가 당일로 비로봉을 오를 수 있는 최단등로이기도 해 치악산을 찾는 등산인 대부분이 몰리는 코스다.
구룡사 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아름드리 거목이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구룡사 산문 입구인 원통문(圓通門)이 나오고, 100m 더 들어서면 구룡사 절 앞이다. 여기서 세렴폭포 앞 통제소까지 40분 거리는 신사화를 신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산길이 널찍하고 평탄하게 이어진다.
세렴통제소를 지나면서 산길은 코가 땅바닥에 닿을 듯 가팔라진다. 철다리 건너 갈림목에서 시작되는 사다리병창 길은 초입부터 급경사 사다리다. 거의 전구간 내리막길은 한 군데도 없는, 오로지 오르막 일변도인 길이다. 그래도 하나 하나 분재처럼 아름답게 자란 소나무를 감상하고, 간간이 나타나는 완경사지대에서 숨을 고르고 조망을 즐기며 오르노라면 비로봉까지 3시간 정도면 올라선다.
정상 돌탑을 구경한 뒤 하산은 돌탑을 거쳐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10분만 걸으면 비로봉 통제소 안부로 내려서고, 여기서 북쪽으로 계곡길이 나 있다. 별다른 이름은 없고, 계곡으로 난 길이라 하여 계곡길이라고 부른다.
- ▲ 일망무제의 조망을 선사하는 치악산 정상 비로봉.
- 계곡길은 바윗덩이들이 깔려 눈에 덮이면 미끄러지기 십상인 구간이다. 경사가 급한 구간이나 계류를 건너야 하는 곳에는 철사다리가 설치돼 있으므로 큰 위험은 없다. 계곡길이 거의 끝날 즈음 길 왼쪽 아래에 높이 15m쯤 되는 기운찬 칠석폭포가 있으며, 그 후 2~3분이면 사다리병창 출발점에 다다른다. 계곡길 하산에는 2시간이면 넉넉하다.
치악산 관리사무소에서는 등산인들의 안전산행을 위해 세렴통제소에서 오후 1시부터 비로봉을 향한 산행을 통제시키고 있지만, 구룡사 입구 탐방안내소를 출발, 되돌아오기까지는 매표소~세렴폭포 1시간, 사다리병창 등행 3시간, 중식 1시간, 계곡길 하산 2시간, 세렴폭포~매표소 1시간 하여 총 8시간은 잡아야 하므로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서둘러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사다리병창 길이든 계곡길이든 눈과 얼음으로 빙판진 구간이 많으므로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산용 폴을 지참하도록 한다. 구룡사측에서는 문화재 관람료를 2,000원씩 받고 있다.
구룡사 원점회귀 코스가 그나마 가벼운 자세로 오를 수 있는 코스라면 남대봉에서 비로봉까지 잇는 능선 종주 코스는 도전적인 자세로 산행에 나서는 코스다. 치악산 주능선은 치악재에서 남대봉, 향로봉을 경유 주봉인 비로봉에 오른 후 매화산까지 잇는 긴 산행코스지만 치악재~영원골 갈림목 구간과 비로봉~천지봉~매화봉 구간은 산행이 허용되지 않아 실제 산행이 가능한 구간은 남대봉~비로봉 능선이다.
그렇더라도 성남 탐방안내소~남대봉 약 2시간, 남대봉~비로봉 약 4시간, 비로봉~구룡매표소 약 3시간을 합치면 눈길이 잘 뚫린 상황일지라도 10시간 이상 잡아야한다. 산행중 시간이 모자라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고둔치나 입석대 갈림목에서 원주시내 방면으로 하산하도록 한다. 대개 1시간이면 사찰이나 입구까지 내려설 수 있다. 치악산 능선은 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 많이 쌓여 있을 적이 많으니 장비를 철저히 갖추고 나서야 한다.
- 교통 ·숙박
원주까지는 각 지역에서 운행하는 고속·직행버스 또는 청량리역에서 1일 16회(07:00~22:40) 운행하는 중앙선 열차 이용(1544-7788). 2시간10분~2시간30분 소요. 요금 무궁화호 6,800원.
원주시내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소에서 구룡사와 상원사 입구인 성남행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구룡사행은 2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41, 41-2번 시내버스 이용. 30분 소요, 요금 1,100원.
성남행은 06:50(상원사 입구 회차 시각 08:20), 08:50(10:20), 12:20(13:50), 15:20 (16:50), 18:50(20:00) 출발하는 23번 시내버스 이용. 1시간20분 소요(교통시각 문의 태창운수 033-762-4355).
구룡사 입구에는 유스호스텔, 여관, 민박 등의 숙박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문의 치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전화 033-732-5231. 성남 일원 민박집 : 매표소 위쪽 치악산민박(전화 033-762-7979) 4인 기준 30,000원, 매표소 아래 소롯길(763-4071) 4인실 기준 50,000원. 산채비빔밥(7,000원) 돌솥밥백반(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