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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해외파의 화려한 주말, '모두가 승자였다'

j미르호 2010. 11. 8. 10:23

韓 해외파의 화려한 주말, '모두가 승자였다'

모두가 승자가 됐다. 2010년 11월 첫째주 주말은 한국 축구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을 가리키는 수식어를 가져와도 아깝지 않았다. 주요 외신에서 한국인 선수들의 이름이 이처럼 많이, 동시에 언급된 시간이 또 있었을까.



 

 

 

 

 

7일과 8일(이하 한국시간) 이틀 간, 해외 축구를 즐기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는 눈을 의심케 하는 놀라운 장면들이 연이어 계속됐다. 먼저 해외파 중 첫번째로 경기를 치른 이청용이 힘차게 포문을 열었다. 볼턴의 이청용은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한 것은 물론 팀이 토트넘을 상대로 4-2 큰 점수차의 승전보를 작성하는 선두에 섰다. 상대팀에는 최근 두 경기 연속 평점 10점을 받으며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던 '신성' 가레스 베일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당당한 모습의 이청용은 마르세유턴을 선보이는 등 화려한 발재간을 자랑하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이 7일 새벽 울버햄튼을 상대로 한 리그 경기에서 홀로 두 골을 넣었다. 한 골은 전반 종료직전에, 한 골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드라마 같은 활약이었다.

'캡틴'의 활약을 전해들었는지 이어서 스코틀랜드의 차두리와 기성용이 팔을 걷고 나섰다. '기·차 듀오'가 모두 선발출전한 셀틱은 7일 에버딘을 상대로 치른 리그 경기에서 9-0 대승을 거둬 흥겨움을 이어갔다. 셀틱의 9-0 승리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다 점수차다.

그리고 8일 새벽, 이번에는 프랑스 무대의 박주영이 두 골을 넣으며 한국인 해외파들의 '화려한 주말' 그 마지막을 훌륭히 장식했다. 2011 광저우 아시안 게임 차출을 놓고 소속팀인 AS 모나코가 한때 차출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혼란을 겪어 심리적인 동요가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보란듯이 두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모나코의 라콩브 감독에게는 다시 한번 더없는 아쉬움을 남기는 순간이었지만 팀에 승리를 안기고 떠나는 박주영이 미울 리 없다.

물론 웃은 것은 라콩브 감독이나 박주영만이 아니다. 해외파들이 기록한 공격 포인트 모두가 단순히 개인적인 성과가 아닌,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는 팀 승리를 일군 것들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홀로 2-1 승리를 이끌어 낸 박지성은 주요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팀을 패배의 나락에서 구해 내 동료 리오 퍼디난드로부터 '구세주'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울버햄프턴전 직후 '스카이 스포츠'를 비롯한 영국의 언론들은 "이것이 바로 맨유의 저력"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박지성의 얼굴을 메인으로 보도했다. 세계 최고 축구클럽 중 하나인 맨유의 저력에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박지성의 투혼이 그대로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그런가하면 볼턴의 이청용은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경우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진출 2년차 선수의 그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당찬 플레이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리버풀, 첼시, 맨유 같은 강팀들 앞에서도 주죽들지 않는 이청용의 플레이는 중하위권 이미지가 강하던 볼턴을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바꿔놓고 있다.

스코틀랜드 진출 초기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우려의 시선을 받던 기성용의 성장도 놀랍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한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함께 발을 맞췄으며, 오랜 시간 해외리그에서 활약해 온 선배 차두리가 셀틱에 합류한 뒤에는 더욱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2년 연속 리그 최대 라이벌 레인저스에게 우승 타이틀을 내주던 셀틱은 2010/2011 시즌 개막 후 한때 리그서 8연승을 이어가는 등 무서운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두 명의 한국인 선수, '기·차 듀오'도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마친 뒤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함부르크와 4년 재계약에 성공한 손흥민의 이름까지 떠올린다면, 2010년 11월 첫째주는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황금주간 그 자체였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8년. 박지성과 이영표 등 2002 멤버들이 필두가 되어 써내려 간 한국 축구의 새로운 해외진출 도전기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역사를 함께한 차세대 주역들에 의해 또 한 번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박지성은 여전하고, 박주영도 물이 올랐다. 차두리 역시 함께며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은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즐거웠던 주말, 그들 모두 아니 우리 모두가 승자의 기분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