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ho/자동차

아반떼 MD 가혹하게 몰아보고 올리는 시승기

j미르호 2011. 2. 24. 20:43

 

 ‘신형 아반떼는 아반떼가 아니다.’

  현대자동차 ‘아반떼’가 자기부정을 하고 나섰습니다. 새로 나온 아반떼(코드명 MD)가 다른 준중형차는 물론 구형 아반떼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차라는 것을 강조하는 마케팅이죠. 오히려 중형차와 비교해달라는 주문입니다. 과연 현대차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폴폴 탄내가 나도록 신형 아반떼를 가혹하게 테스트해봤습니다.

 

 ●매혹적인 디자인

  현대차의 디자인은 이제 거침이 없다는 인상입니다. 신형 쏘나타를 축소해놓은 듯한 아반떼의 디자인은 패밀리룩을 완성시키면서도 쏘나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윈드 크래프트(Wind Craft)’라는 개념으로 디자인을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인데, 바람이 깎아놓은 듯한 예술작품이란 뜻이랍니다.  그런 복잡한 디자인 철학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아도 아반떼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이 아반떼를 직접 만나본 제 주변 지인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측면의 강한 캐릭터라인과 6각형 모양의 전면부, 불룩 솟은 전·후륜 펜더, A필라에서부터 길게 이어져 내려오는 보닛의 각 잡힌 라인은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오히려 야무진 뒤모습은 쏘나타보다 낫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사실 쏘나타의 후미등 디자인은 어설픈 느낌도 주니까요. 어쨌든 신형 아반떼는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고 일반 브랜드 중에선 최고 수준의 디자인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어서 외관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쯤에서 접겠습니다.

 

            

 

   하지만 쿠페처럼 유선형 디자인을 위해 뒷유리를 눕힌 탓에 뒷좌석의 머리 위 공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날렵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나봅니다. 어쨌든 키가 180㎝를 넘으면 때에 따라 머리가 유리에 부딪힐 수도 있는 것은 단점입니다.

 

  실내 디자인은 쏘나타와 비슷하게 좀 번쩍거리면서 화려한 스타일인데 개인적으로는 약간 산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버튼류의 작동감이나 크러쉬패드의 재질 등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플라스틱 같은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는 배려돼 있습니다. 실내 공간은 충분히 넓어서 평균 체형의 성인 4명이 앉아도 약간 여유가 있었습니다.

 

 ●충분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동력성능

정밀 측정기로 가속력을 측정해봤습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은 11.6초가 나왔습니다. 112~124마력의 일반 1.6L 엔진이 들어간 준중형 모델과 비슷하거나 약간 나은 수준이죠. GM대우차 라세티 프리미어 1.6의 13.2초, 르노삼성차 SM3의 13초 중반에 비해선 1초 이상 빠르지만 11.5초가 나온 기아차 포르테 1.6과는 거의 비슷하니까요. 140마력으로 과거 중형차 수준의 출력을 내는 직분사(GDI) 엔진이 들어가 제로백이 11초의 벽을 깰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론적으로 기대엔 미치진 못했습니다.

 

   엔진출력 자체는 높지만 6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 세팅을 가속력보다는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속이 되는 느낌은 경쟁모델보다 근소하게 빠르다는 정도입니다. 다만 순간순간 급가속할 때 상대적으로 토크가 약간 쉽게 속도가 높아진다는 느낌 정도는 줬습니다. 하지만 출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최고속도에서 확실히 증명됐습니다. 직접 측정한 아반떼의 최고속도는 시속 200㎞(계기반은 210㎞)로 경쟁모델의 170~180㎞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180㎞까진 어렵지 않게 올라가고 190㎞를 넘기면서부터는 상당한 인내심을 가져야 200㎞을 경험할 수 있긴합니다.

 

 경쟁모델보다 가속력은 크게 앞서진 않지만 높은 출력을 바탕으로 낮은 엔진회전수(RPM)를 사용해 정숙하면서도 연비를 높이는 주행을 할 수 있고, 고속주행에선 6단으로 높아진 기어와 출력을 바탕으로 힘을 발휘하는 스타일입니다. GDI 엔진은 소음과 진동이 디젤 엔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가솔린 엔진보다는 큰 편인데 아반떼는 나름대로 방음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세운 탓인지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은 구형 모델과 비슷했습니다. 전반적인 정숙성은 체감적인 기준으로 SM3보단 미세하기 떨어지지만 크게 흠잡을 곳은 없어보였습니다.

 

 

 

 

 ●탁월한 핸들링, 그러나 불안감도….

  아반떼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핸들링입니다. 내리막과 오르막 커브가 심한 도로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까지 속도를 높여서 주행해본 결과 스포티 쿠페 수준의 주행성능이었습니다. 운전대를 꺾었을 때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차의 앞머리가 밖으로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절제돼 뉴트럴스티어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더군요. 특히 오르막 커브길에서 급가속을 할 때 전륜구동임에도 한쪽 바퀴가 헛돌면서 제대로 가속이 되지 않거나 언더스티어가 나타나는 현상이 적었습니다.

 

  이런 언더스티어 현상은 스포티한 주행 때 정말 방해되는 요소거든요. 과거 세라토 원메이크 레이스에 출전했을 때 코너를 돌면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안쪽 바퀴가 헛도는 현상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도 길고 싫게 느껴졌는데 아반떼는 마치 전륜에 차동제한장치(LSD)라도 달아놓은 것처럼 급한 커브길에서 가속페달을 마구 밟아대도 좀체 바퀴가 헛돌거나 언더가 나지 않네요.

 

  내리막길에선 심한 언더스티어가 나타나거나 급제동을 걸었을 때 오버스티어가 나타나기 쉬운데 아반떼는 끈질기게 노면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급작스럽거나 불편한 거동을 보이지 않아 패밀리 성향의 준중형차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현대차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스포츠성향이 강한 세팅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복된 급제동에도 브레이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핸들링의 질감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이는 유압식이 아니라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스티어링 장치의 작동감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의 준중형차들은 연비와 안전도 향상, 원가절감, 자동주차 등 다목적 기능을 위해 전동식 스티어링 장치를 도입하고 있는데 작동감성이 장난감 자동차의 운전대를 움직이는 수준이어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직진을 할 때 운전대를 살짝살짝 움직이면 좌우로 약 3도 정도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그 이상 움직이면 갑자기 운전대가 묵직하면서 스프링의 강한 탄력이 느껴집니다. 또 미세하게 운전대를 돌려보면 부드럽게 돌지 못하고 딸깍딸깍하는 클릭감이 전달됩니다. 레이싱 게임의 스티어링휠을 가져다 붙여놓은 기분입니다. 예전부터 지적했던 문제인데 전혀 수정되지 않고 있네요.

 

  운전대에 대한 불평은 이쯤 하고.. 위에서 언급한 차체의 균형감은 시속 120㎞이상에서 급하게 운전대를 조작하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는 회피제동 상황에는 쉽게 허물어졌습니다. 동료 블로거이자 친한 동생이기도 한 권영주씨도 잘 지적을 해줬더군요. 고속도로를 달리다 장애물을 피하면서 급제동을 하는 상황을 연출해보면 시속 100㎞까지는 그런대로 버티다가 120㎞를 넘어서면 갑자기 차가 휘청거리면서 불안정해집니다. 140㎞에서도 시도해봤는데 휘청거리는 현상이 어이없이 늘어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디젤엔진이 들어가 앞머리가 무거운 준중형 혹은 소형차보다는 그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동급 가솔린 엔진 모델보다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그 원인이 브레이크 밸런스의 문제인지 서스펜션 설계 때문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이런 회피제동을 하면 차가 결국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운전대를 그대로 내버려뒀더니 2번 정도 크게 휘청거린 뒤 자세를 잡기는 했지만 초보운전자의 경우 크게 불안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차체자세제어장치(VDC)도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그래도 VDC가 있으면 조금 늦게라도 개입을 해서 없을 때보다는 차체가 휘청거리는 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VDC를 꼭 옵션으로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특히 시속 140km에서 회피제동을 해보니 120km때 보다는 진폭이 커지자 늦게라도 VDC가 작동해 확실히 도움이 됐습니다. 시속 120km에서 VDC를 끄고도 시도를 해봤는데 휘청거림이 좀 더 커졌지만 스핀을 한다던지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상이 더 심한 소형차나 준중형차도 없지 않아서 아반떼를 ‘위험한 차’라고 정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차가 광고에서처럼 아반떼를 기존의 준중형차를 훌쩍 뛰어넘는 모델로 생각한다면 확실히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회피제동만 아니라면 전반적인 고속주행 안전성은 동급 중에선 뛰어납니다. 시속 200㎞에서 연속적으로 차선을 변경했을 때 둥둥 떠서 다니는 느낌이 아니라 확실히 노면을 붙잡고 운전자의 의도를 따라 움직여준 것은 국산 준중형 중에선 신형 아반떼가 처음입니다. 고속주행 중 차의 뒤가 흔들리는 피시테일 현상도 거의 없었고요.

 

   제가 레이싱을 하면서 고속주행과 급제동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후륜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운전하기에 딱 재미있을 정도였습니다. 고속으로 커브길을 돌다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앞머리가 안쪽으로 말려드는 현상도 거의 없고, 시속 190km로 커브길을 돌아나가며 어느 정도 제동을 가했을 때 동급 경쟁차들에 비해 자세의 흐트러짐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반떼의 고속주행 중 후륜 불안정은 일부 개선돼야 할 부분은 있지만 과장되게 알려진 측면도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어떤 국산 모델은 시속 170㎞를 넘어서자 정말 물고기가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흔들렸고, 2005년 당시 시승기로 그 위험성에 대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모델은 고속에서 휘청거리다 사고를 내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찍혀 한 때 많은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 모델은 시속 100km이내의 회피제동에서 쉽게 말려드는 현상이 발생했죠. 아반떼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너무 불안해하지는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고속제동 테스트를 위해 시속 180㎞로 올린 뒤 80㎞까지 풀브레이킹으로 속도를 줄이기를 연달아 3차례 정도 해봤는데 페이드 현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아 준중형급으로는 비교적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불안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급제동 중 차체가 약간 좌우로 움직였는데 회피제동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가 브레이크 밸런스나 서스펜션 세팅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보했지만 2% 아쉬움 남아

  신형 아반떼는 국산차 중 처음으로 적용되는 자동주차시스템과 기존 현대차 준중형 라인업에는 없었던 고선명전조등(HID) 옵션, 빼어난 외관과 실내 디자인, 높은 출력, 뛰어난 핸들링, 고속주행 능력 등으로 준중형차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확실합니다. 외부소음 차단이나 브레이크 성능도 준중형으로는 만족할만했고요.

 

하지만 고속주행과 핸들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선지 거친 노면에서는 승차감이 크게 떨어졌고(17인치 휠타이어 옵션 기준), 고속주행 중 회피제동에서 불안정한 거동을 보이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넘으면 서스펜션이 끝까지 수축돼 ‘턱턱’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전해지는 것도 단점입니다. 연비도 가속력을 희생한 것에 비해서는 높지 않아서 고속도로 정속주행을 해야 제원에 나온 L당 16㎞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제원상 연비는 SM3보다 높은데 체감연비는 그에 못 미치는 듯 했습니다. 조금만 더 다듬어진다면 세계적으로도 동급 최고의 차가 될 것 같은데 2% 부족한 몇몇 부분들이 아쉬웠던 아반떼 시승이었습니다. (※곧 자세한 영상시승기는 이 포스트에 업데이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