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5G의 브레이크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집중적으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일단 그랜저 전체의 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고 시승한 차의 문제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밝혀둡니다. 시승한 차는 총 주행거리 300km였고 200km를 추가로 달리면서 브레이크 길들이기를 했습니다.
우선 브레이크에 의문은 갖게 된 것은 처음 차를 받고 신호대기에 정지하려고 3분1 정도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주르륵 밀리는 겁니다. 최근 현대차의 브레이크가 많이 좋아졌고 중소형차들은 초기 반응이 상당히 날카로운 편이라 좀 의외더군요. 새 차라서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로터의 마찰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브레이크 길들이기를 했습니다.
시속 120km 정도 달리다가 60km까지 속도를 줄인 뒤 다시 1분 정도 달리며 냉각을 시켜주고, 다시 3,4차례 반복했습니다. 다음으로 시속 150km까지 올린 뒤 그 과정을 몇 차례 더 반복했죠. 그런데 길들이기를 하는 과정에서 길이 들기는 커녕 더 쉽게 밀려버리는 겁니다. 패드의 성분을 디스크 로터에 입혀줘서 마찰력을 높이고, 디스크로터도 냉각과 가열을 반복하면서 단단해지도록 열처리를 해주는 프로세스이죠. 새 차는 이렇게 해주면 브레이크 성능이 빨리 100%에 도달합니다.
길들이기를 한 다음날 타보니 초기 제동력은 약간 증가했는데 강한 브레이킹 한번으로 바로 페이드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브레이크가 허약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밀 GPS장비로 시속 100km에서 급제동 거리를 측정했는데 첫 제동 때는 45m이다가 바로 그 다음은 59m로 늘어나고 3번째 부터는 63m로 늘어났습니다. 그 이상은 증가하지 않더군요. 63m면 차가 브레이크로 정지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출력을 줄여서 스스륵 서는 기분이 들정도로 밀리는 상태입니다. 마찰력이 약하니 아무리 깊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ABS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한 10분정도 서서히 달리며 브레이크를 식혀준 뒤 시속 200km에서 급제동 테스트를 했더니 처음엔 브레이크가 좀 듣는가 싶더니 시속 80km 정도로 떨어지자 마치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허무하게 주욱 밀려버리는 겁니다. 앞에서 촬영중인 영상팀을 칠뻔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시 시속 200km 정지까지 급제동을 했더니 처음부터 밀리기 시작해서 제동거리가 더욱 늘어나더군요. 정지했을 때는 패드에 불까지 붙어버렸습니다. 최근 현대기아차에서 나온 i30, 포르테, 아반떼, 쏘나타, 제네시스, 에쿠스 모두 저런 현상은 없어서 왜 그랜저만 이런지 좀 의아하긴 합니다. 그래서 제가 탄 차만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랜저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의견들이 계속 올라오는 걸 보니 시승차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위에 영상의 모습이 2번째 200-0km 브레이크 테스트인데 서서히 정지하는 게 아니라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겨우 세우는 모습입니다. 패드에 불이 붙는 현상은 일반인들이 보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위험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브레이크를 혹사 시키다보면 새 패드는 저렇게 순간적으로 불이 붙기도 합니다. 달리면 냉각되면서 바로 꺼져버립니다. 어떤 차라도 새 패드를 넣고 가혹하게 테스트를 하면 저렇게 된다는 뜻이죠.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브레이크 길들이기 과정에서 저렇게 패드와 디스크로터를 태워서 마찰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가혹한 테스트에서 불이 붙는 것은 정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디스크와 패드의 온도가 달아오르고 브레이크가 미끄러지는 페이드 현상도 너무 빨리 온다는 것이죠. 패드 재질의 문제인지 브레이크 진공 부스터의 문제인지, 아니면 브레이크 시스템 전체의 문제인지 현대차에서 빨리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브레이크 시스템이 열을 받아서 브레이크 오일 라인에 기포가 생기는 베이퍼록 현상이 발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너무 일찍 베이퍼록 현상이 생기는 것인데, 어떤 문제이든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추신: 현대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승한 차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차종과 가혹조건 비교테스트를 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외국 유명 차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만약 공개테스트를 원하면 남양연구소에서 언제든지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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