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폐회식을 끝으로 베이징에서 보냈던 17일이 모두 지났다.
유도 최민호에서 야구대표팀까지,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베이징을 붉게 물들였다. 금 13, 은 10, 동 8, 총 31개의 영광의 메달을 가슴에 안고 돌아왔다. 참가 204개국 중 7위라는 당당한 성적도 함께 가지고 왔다.
보고 또 봐도 너무나 즐거웠던 영광의 17일을 되돌아본다.
8월8일-60억과 함께한 개막식
베이징 하계올림픽이 8월 8일 저녁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일명 '냐오차오')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펼치면서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60억 지구촌 가족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선수단 입장이 이어졌다.
한국 대표팀은 176번째로 당당하게 입장했다.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성적 10위권 수성을 다짐하며 유도의 장성호를 기수로 궈자티위창을 태극기로 수놓았다.
8월9일-'작은거인' 최민호의 한판승 릴레이
한국 유도의 '작은거인' 최민호가 2008년 한판승 사나이로 거듭나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개발한 일명 '손가락 세리머니'다. 그리고 매트 위에서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베이징발 첫 금메달 소식을 고개를 빼고 기다리던 국민들에게 남자 유도 60kg급에 출전한 최민호가 한국의 첫 금메달 낭보를 전해줬다. 5경기를 모두 한판승으로 장식해, 더운 여름 국민들에게 시원한 선물을 선사했다.
8월10일-금빛으로 빛난 '대한민국 수영일'
박태환이 드디어 해냈다. 박태환이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전 세계에 알렸다. 수영 변방의 대한민국을 세계 수영 정상에 올려놓았다. 대한민국 수영 역사상 첫 메달, 그것도 금빛 메달을 조국에 바쳤다. 올림픽 수영 메달 도전 44년의 한을 풀었다.
박태환은 중국 베이징 국립 수상경기센터(워터큐브)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1초86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다. 8월 10일은 '대한민국 수영일'이 됐다.
8월10~11일-금빛화살 베이징을 가르다
일명 '임이박-주윤박' 대한민국 남, 녀 양궁이 세계무대 '금빛'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0일 대한민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6연패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달성,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남자 궁사들이 이에 질세라 승전보를 울리며 세계정상에 우뚝 섰다.
8월12일-16년의 한 푼, 진종오의 마지막 한 발
진종오가 12일 남자 50m 공기권총 결선에서 당당히 우승,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갑순˙이은철의 금메달 이후 사격에서 16년만에 '金'을 따냈다.
진종오는 베이징사격관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총점 660.4점을 기록하며 세계 1위 자리에 우뚝 섰다.
8월13일-사재혁이 들어 올린 금빛 바벨
역도에서도 16년 동안 기다린 금메달이 사재혁의 두 팔에서 나왔다.
사재혁은 13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역도 77kg급에 출전해 인상 163kg 용상 203kg 합계 366kg를 들어올렸다. 사재혁은 리홍리(중국)와 동률을 기록했지만, 사재혁의 몸무게가 리홍리보다 450g 덜 나가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8월14일-금빛보다 아름다운 한국 양궁 은메달
금메달 보다 아름다운 은빛 화살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아쉬운 은메달이기도 했다. 몰아치는 비바람과 중국의 '홈 텃세'. '콜드아이' 박성현도 아쉽게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14일 열린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올림픽 2관왕 2연패를 노리던 박성현이 결승에서 만난 중국의 장쥐안쥐안에게 109-110, 아쉬운 1점 차 패배를 당하며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너무나 자랑스러운 은메달이었기에 국민들은 박성현과 함께 울었다.
8월15일-이경원의 붕대투혼, 아름다운 은메달
한국 여자배드민턴 복식조 이경원-이효정이 아름답고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이경원-이효정 조는 15일 중국 베이징 공업대학체육관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최강 중국의 두징-위양 조를 맞아 분전했지만 세트스코어 0-2로 패했다. 이경원은 다리 부상으로 붕대를 감고 출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투혼을 발휘했기에 자랑스런 은메달이었다.
8월16일-세계를 들어 올린 장미란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75Kg 이상급 경기가 열린 16일 베이징항공대학교 역도 경기장은 장미란의 독무대였다.
장미란은 인상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들어올린 데 이어 용상에선186kg까지 성공시켜 합계에서도 326Kg의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이번 대회 역도 두 번째 금메달을 대한민국에 안겨줬다. 동시에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탕궁홍(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던 자신의 한도 풀었다.
8월17일-국민 남매의 금빛 스매싱
17일 저녁 베이징공과대학 체육관에서 벌어진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이용대-이효정조가 세계랭킹 1위 노바 위디안토-비타 마리사(인도네시아)조를 2-0으로 완파하고 감격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김동문-길영아 조가 우승한 이후 12년 만에 혼합복식 금메달을 되찾아오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금메달로 이용대와 이효정은 국민남매로 떠올라 금빛사랑을 받고 있다.
8월18일-한국 탁구, 눈물의 동메달
한국 남자탁구가 오스트리아를 누르고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유승민, 오상은, 윤재영, 세명의 태극전사들은 18일 오후 중국 베이징대학체육관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단식-단식-복식-단식)에서 오스트리아를 3-1로 격파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탁구계 내분을 극복하고, 부족한 훈련시간을 넘어 따낸 눈물의 동메달이었다.
8월19일-한국 체조의 자존심, 유원철
유원철은 19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평행봉 결승에서 16.250점을 획득하며 자칫 노메달에 그칠 뻔한 한국 체조에 값진 은메달을 안겼다.
이날 결선에서 8명 중 6번째로 연기에 나선 유원철은 최고 점수를 기록해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리샤오펑(27, 중국)이 16.450점을 얻어 아쉽게도 첫 금메달의 갈증을 해소하진 못했다.
8월20일-한국야구, 파죽의 7연승
대한민국 야구가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풀리그에서 7전 전승, 조1위의 성적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야구 출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20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예선 최종 7차전에서 장원삼의 완봉 역투와 이대호의 대회 3호 투런홈런 등에 힘입어 10-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8월21일-태권남매의 금빛 발차기
임수정은 21일 저녁 베이징과학기술대학 체육관서 열린 탄리쿨루(터키)와의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전서 뒷차기로 결승점을 따내 1-0으로 승리하며 지난 17일 이후 끊겼던 금메달 소식을 대한민국 대표팀에 전해줬다.
손태진 역시 남자 68kg급 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마크 로페즈(미국)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대회 전 목표로 했던 10개의 금메달을 꽉 채우는 소중한 '금빛 발차기'였다
8월22일-후지산이 무너지다
한국야구가 이승엽의 역전 투런홈런을 앞세워 일본에 또 역전승을 거두고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후지산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22일 베이징 우커송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선발 김광현의 역투와 8회말 터진 이승엽의 2점짜리 역전포에 힘입어 6-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또 8연승을 이어갔다.
8월23일-한국야구와 여자핸드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한국야구가 세계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치러진 마지막 야구 종목 금메달의 주인이 됐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23일 베이징 우커송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아마 세계 최강' 쿠바를 맞아 류현진-이승엽의 투타 맹활약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두고 역사적인 첫 금메달을 따냈다.
또 이날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헝가리와의 준결승전에서 노장들이 마지막 불꽃을 코트에서 모두 태우며 33-28로 승리, 최고로 값진 동메달을 따내고 다함께 엉엉 울었다. 재경기까지 치르며 어렵게 이룬 베이징 본선 진출,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인한 결승진출 좌절, 이 모든 설움을 너무나도 자랑스런 동메달로 보상받았다.
8월24일-이봉주의 마지막 질주'봉달이' 이봉주는 최선을 다했다. 이마에 태극마크가 새겨진 흰색 헤어밴드를 무기 삼아 베이징을 질주했지만 결과는 메달권 진입 실패였다. 그래도 참가 선수들 중 유일하게 네 차례 올림픽을 경험한 한국 마라톤의 대표주자였다.
이봉주는 2시간17분56초로 28위를 기록, 아름다운 질주를 마감했다.
17일의 감동과 눈물의 드라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