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워크호스답다.
요즘 한화는 ‘현진 이글스’라고 불린다. 후반기 10경기에서 투타에 걸쳐 총체적인 부진을 보이며 두 차례나 4연패를 당하는 등 2승8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괴물 에이스’ 류현진(21)이 그 2승을 모두 다 책임졌기 때문이다. 후반기 한화의 유일한 승리투수도
류현진이다. 더욱 놀라운 건 2경기에서 각각 109개·134개의 투구수를 소화했다는 점. 지난 5일 대전 삼성전 134개는 류현진 데뷔 후 개인 최다 투구수였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이 필연적으로 많은 이닝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후반기 들어 갑작스런 수렁에 빠진 소속팀 한화는 이전 2경기에서 18회·10회 연장 승부로 불펜진을 모두 소모한 상황이었고, 다음 등판 예정인 정민철과 송진우의 이닝소화 능력을 감안할 때 류현진이 최대한 많이 끌어갈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그 기대에 보답하는 피칭으로 8회까지 틀어막았고, 한화의 불펜에서는 마무리
브래드 토마스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이로써 올 시즌 류현진은 130개 이상 투구수를 기록한 세 번째 투수가 됐다. 윤석민(135개)·마일영(130개)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투구수 100개 이상 던진 것은 류현진(14회)이
윤석민(10회)·마일영(10회)보다 훨씬 많다. 류현진보다 더 많은 100개 이상 투구수를 기록한 투수는 봉중근(16회)이 유일하다. 110개 이상으로 잡으면 류현진(6회)보다 봉중근(10회)과 크리스 옥스프링(8회)이 더 많지만 투구수를 120개 이상으로 늘리면 류현진(4회)이 가장 많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류현진은 최고의 이닝이터로 인정받았다. 예선 캐나다전에서 무려 127개의 공을 던지며 1-0 완봉승을 이끌었고, 결승 쿠바전에서도 9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122개의 공을 뿌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는 류현진을 일컬어 ‘올림픽 워크호스’라고 표현했다. 한 번 등판할 때마다 투구수 120개를 기본으로 9회까지 던지는 뛰어난 스태미너를 두고 비유한 말이었다.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이닝이터인 것이다.
사실 류현진의 워크호스는 지난 2년간이 더 대단했다. 2006년 데뷔 첫 해 선발등판한 28경기 가운데 18경기에서 100개 이상 던졌고, 그 중 13경기에서는 110개 이상 던졌다. 또 그 가운데 5차례는 120개 이상씩 던졌다. 130개도 한 차례. 2년차가 된 지난해에는 선발등판한 30경기 중 무려 27경기에서 100개 이상을 꼬박 던졌고 그 중 18차례는 110개를 던졌다. 120개 이상도 무려 10차례나 기록했으며 130개 이상 투구수는 지난해에도 한 차례 있었다.
데뷔 후 2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한 류현진이지만 올 시즌에는 200이닝이 불가능해졌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141⅔이닝을 던졌는데 남은 경기를 감안할 때 어렵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을 따진다면 6.43이닝으로 2006년(6.59이닝)·2007년(7.03이닝)과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삼성전 134개의 공을 던진 후 류현진은 “팔꿈치 통증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송진우·구대성·
정민철도 그랬다. 한화 에이스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