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스물 살 '여전사'의 거침없는 질주를 아무도 막지 못했다.
ADT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신지애와 맞붙은 LPGA투어 통산 35승의 '백전노장' 카리 웹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신지애로서는 부담스런 상대였다. 나이 차이만도 14년4개월이나 난다.
또 지난 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MFS호주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웹과 연장전 끝에 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 당시 신지애는 "웹에게 두번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한해가 가기 전에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지켰다.
◇기회=출발부터 좋았다. 신지애는 먼저 2(파4), 3번홀(파5) 연속 버디로 웹의 숨통을 조였다. 웹도 반격했다. 3번홀 버디에 이어 5번홀(파3) 버디로 응수하며 공동선두.
웹이 6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가운데 신지애도 7번홀에서 첫 보기를 기록해 시소게임 양상을 띠었다. 이어 웹이 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2언더파로 1타 앞서 갔지만 신지애의 빈틈없는 샷에 흔들리고 있었다.
◇질주=11번홀(파3). 웹 쪽으로 잠시 기울였던 저울추가 제자리를 찾았다. 웹이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반면 신지애는 파를 세이브해 1언더파로 다시 공동선두.
그러나 12번홀(파5·513야드)에서 균형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웹의 세 번째 샷이 핀을 지나 그린 뒤쪽 러프에 떨어져 4온2퍼트 보기였고, 신애는 4.5m 거리에 볼을 붙인 뒤 버디를 성공시켰다. 2언더파 단독선두.
웹은 이어진 13번홀(파4)에서 또다시 그린을 놓친 뒤 3온 2퍼트로 3홀(11~13번홀) 연속 보기로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3타차로 벌어졌다.
◇위기=그린 오른쪽으로는 벙커와 실개천이 길게 따라 흐르고 왼쪽에도 가드 벙커가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15번홀(파5·494야드). 두 번째 샷을 준비하던 신지애는 주저하지 않고 3번 우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4라운드 동안 처음으로 벙커(그린 왼쪽)에 볼을 빠트리는 미스 샷이 나왔다. 3온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첫 번째 벙커 샷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웹은 그린 오른쪽 20야드 러프에서 서드 샷을 보란듯이 핀 15cm에 붙이며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신지애는 4온한 뒤 5m의 파 퍼팅을 놓쳐 보기.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1언더파가 된 이선화(22·CJ)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웹은 1타차의 이븐파로 따라붙었다.
◇우승=신지애는 곧바로 송곳 같은 아이언 샷을 뿜어냈다. 16번홀(파4)의 150야드 지점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홀 1m에 꽂아 넣으며 버디를 낚아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2타차 단독선두로 18번홀 그린에 올라선 신지애는 웹이 그린 가장자리에서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1타차로 따라붙었지만 오히려 박수를 쳐주는 여유를 보였다.
신지애는 침착하게 2퍼트로 홀 아웃하며 베테랑 웹을 꺾고 우승,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이선화는 17번홀(파3)에서 친 티샷이 그린 뒤 바위를 맞고 사라져 분실구 처리가 되면서 더블보기로 기록,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