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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이드] 05 설악산 동서 횡단

j미르호 2009. 2. 14. 14:21

[코스가이드] 05 설악산 동서 횡단

대피소에서 묵는 1박2일 일정이면 어느 코스든 안심
내설악과 외설악을 넘나드는 산행은 1박2일로 대청봉을 경유하는 일정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을 하루에 연결하는 산행도 엮을 수 있다. 백담사에서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마등령~비선대로 이어지는 코스가 바로 그것. 겨울철에는 용대리 마을버스가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탐방안내소~백담사 7km 구간이 추가되어 산행거리가 더욱 길어진다. 이 코스는 산행만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도전의 대상지다. 해가 짧은 겨울 하루산행으로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이른 새벽에 출발한다면 주파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용대리 외가평에서 백담사(百潭寺)에 이르는 약 8km 길이의 백담계곡은 이름처럼 아름다운 골짜기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와폭이 곳곳에 널려 있고 고요한 담(潭)에는 기품 있는 설악의 그림자가 서려 있다. 하지만 이제 백담사 가는 길은 많은 이들에게 버스로 휙 지나다니는 구간으로 여겨진다. 길도 넓어져 호젓한 맛도 반감됐다. 하지만 겨울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버스 운행은 전면 중단되고 일반 차량도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노면 사정도 좋지 않다. 이럴 때는 걸어가는 것이 정답이다.

▲ 눈 쌓인 마등령 길을 걸어가고 있는 단체 산행객.
설악동 소공원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할 때, 용대리 주차장에서 출발해야할 시각은 오전 6시 전후가 된다. 그래야 해지기 전에 비선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깜깜한 도로를 달려가거나, 용대리에서 민박한 뒤 산행을 시작한다.

산골의 밤은 도시와 비교하기 어렵다. 숲속으로 들어서면 별빛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할 수 있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넓고 곧게 뻗은 도로를 걸어간다. 백담계곡은 좁지 않아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을 따라 1시간 반 정도면 백담사 입구에 도착한다. 이 도로 구간에서 보통 날이 밝는다.

백담사 앞을 거쳐 잠시 진행하면 백담탐방지원센터 앞에서 도로는 끝난다. 이후 호젓한 오솔길과 데크가 연이어 나타나는 전형적인 탐방로가 이어진다. 백담사를 기점으로 상류는 수렴동계곡으로 이름이 바뀐다. 물가를 따라 연결된 수렴동계곡 길은 아기자기해 한결 산행의 묘미가 더하다. 백담사에서 1시간30분이면 중창불사가 진행 중인 영시암에 닿는다.

영시암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수렴동대피소로 가는 길이고, 곧장 오르면 오세암으로 향하게 된다. 목조데크가 간간히 설치된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진행하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이 오름길 끝의 지능선에 올라서면 작은 계곡 건너편에 오세암이 보인다.

오세암에서 물을 보충하고 허기를 달랜 뒤 마등령을 오른다. 오세암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오름길을 선택한다. 오른쪽 길은 가야동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다. 가파른 계단과 돌이 깔린 급경사를 돌파해 1시간30분 정도 오르면 경사가 느슨해지면서 이내 마등령 고갯마루에 닿는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마등령도 삼거리다. 오른쪽 길은 공룡릉을 통해 희운각으로 연결되고, 곧장 진행하면 다시 길이 갈리는 곳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의 뚜렷한 길을 따르면 비선대로 내려서게 된다. 오르막으로 진입하면 백두대간을 따라 저항령으로 가게 된다. 당일 동서횡단을 하려는 이들은 반드시 비선대 방향의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가도록 한다.

하산길은 계단의 연속이다. 하지만 눈이 쌓여 있는 급경사에서는 오히려 계단이 손쉽다. 간간히 나타나는 계단과 사면을 따라 비스듬히 기울어진 산길을 통과하면 금강문이 나타난다. 천불동계곡에 꽉 들어찬 첨봉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외설악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금강문 이후 산길은 거칠어진다. 너덜지대가 섞인 가파른 사면이 연이어 나타나며 두 다리를 괴롭힌다. 바위봉우리 옆으로 지나치며 멀리 천불동계곡의 바닥이 눈에 들기 시작한다. 결승점이 보일 즈음 몸도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다. 무릎에 힘을 주고 곧바로 장군봉 뒤편을 돌아 내려선다. 금강굴이 가까워지면 산길은 반듯하게 매무새를 고친다.

금강굴로 오르는 계단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계곡까지는 순식간이다. 천불동계곡과 만나는 지점에서 아치형 철다리를 건너면 비선대휴게소에 닿는다. 새벽 6시 전후 백담사를 출발했다면, 오후 4~5시 경이면 비선대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와선대를 거쳐 소공원까지 40분이면 하산할 수 있다.

마등령 코스는 외설악 비선대나 내설악 백담사에서 시작하게 된다. 여명의 계곡을 올라 능선에서 해돋이를 보려면 비선대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밤길에 익숙지 않고 긴 급경사가 부담스럽다면 백담사에서 출발하는 편이 낫다. 어두워도 영시암까지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 횡단 코스는 용대리에서 출발했을 경우, 용대리~백담사 1시간40분, 백담사~영시암 1시간30분, 영시암~오세암 1시간20분, 오세암~마등령 1시간40분, 마등령~비선대 2시간30분, 비선대~소공원 50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