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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이드] 03 한계령~귀청~대승령~장수대

j미르호 2009. 2. 14. 14:17
[코스가이드] 03 한계령~귀청~대승령~장수대
대피소에서 묵는 1박2일 일정이면 어느 코스든 안심
서북릉은 설악산에서는 최장의 능선이다. 서쪽 안산(1,430.4m)에서 귀때기청봉(귀청·1,577.6m) 중청(1,665m)까지 이어지는 이 능선은 지리·덕유 종주와 더불어 산악인들 사이에 인기를 누리는 코스다. 십이선녀탕과 이어지는 안산 삼거리에서 중청에 이르기까지 15km에 이를 만큼 길면서도 굴곡이 심해 체력소모는 많지만 좌우로 펼쳐지는 조망은 설악의 다른 능선에서는 느낄 수 없을 만큼 웅장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종주를 마치노라면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서북릉 종주산행은 십이선녀탕계곡을 거슬러 안산 능선으로 올라붙은 다음 대승령(1,210.2m)과 귀청을 거쳐 중청까지 잇는 게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지만, 한여름에도 도중에 야영해야 할 만큼 길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장 핵심을 이루는 한계령 갈림목~대승령 구간은 눈길이 나 있다면 하루에 끊을 수 있어 안내등산회를 비롯해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종주 구간이다.

▲ 귀청에서 대승령을 향해 내려선다. 무명봉과 1408.2m봉을 거쳐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행은 해발 500m 높이인 장수대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400여m 더 높은 한계령(920m)에서 시작, 서북릉으로 올라붙은 다음 귀청과 1408.2m봉을 넘어 대승령까지 뽑고 이후 하산길에 접어들어 장수대로 내려온다.

한계령휴게소 정문 앞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서면 설악루.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한계령 탐방안내소가 나온다. 초반 약 40분은 된비알 일색이지만 서북릉과 남설악의 멋진 조망이 기다리는 능선마루에 올라서면 이후 무명 암봉을 우회하기 위해 뚝 떨어졌다 허릿길을 가로지른다. 이후 물줄기를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선 다음 오르막 데크길을 따르노라면 우측에 바위 동굴이 보인다. 예전 등산인들이 눈비를 피하며 쉬어가거나 비박굴로 이용하던 곳이나 이제는 추억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서북릉 삼거리(한계령 2.3km, 대청봉 6km, 귀청 1.6km)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오른쪽 길은 끝청을 거쳐 중청대피소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 비지정등산로인 백운동계곡과 도둑바위골 갈림목인 도둑바위골 안부에 닿고, 이어 귀청 너덜길로 들어선다.

너덜길을 따라 귀청 정상을 오르는 산길은 설악 최고의 조망을 선사해주는 구간이다. 오른쪽으로는 내설악뿐 아니라 공룡릉 너머 외설악과 멀리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대간도 한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점봉산 뒤로 펼쳐지는 첩첩 고봉준령의 산그리매와 가리봉 능선의 기운참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 기운차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를 이룬 점봉산 일원의 남설악을 등진 채 귀청으로 향하는 등산인들.
귀청 오르막은 예전엔 폭설 직후면 너덜이 묻혀 길을 찾기 힘들었고, 허공을 밟으면서 다리가 통째로 빠져 치명상을 입기도 했으나, 이제는 산길을 따라 로프를 야광테이프가 감긴 장대나 나무에 연결해놓아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조망도 좋지만 늘 양지바르고 바람이 적은 귀청을 넘어서면 이제는 안산을 향해 힘차게 뻗은 서북릉과 멀리 북녘 산야를 바라보며 산행하는 맛이 일품이다. 상투바위골 안부로 내려서면 널찍한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으며 충분히 쉰 다음 대승령으로 향하도록 한다.

예전 험난한 구간은 대부분 2006년 수해복구사업 때 안전시설물을 설치해놓아 큰 어려움이 없다. 귀청 서쪽 무명암봉 오르막도 그렇고, 1408.2m봉 구간 역시 애를 먹이던 바위구간 모두 데크를 설치해놓아 수월해졌다. 그러나 그로 인해 겨울 서북릉의 험난함이나 자연미는 사라지고 말았다.

삼형제봉과 주걱봉이 기운차게 솟구친 가리봉 능선을 바라보며 1408.2m 바위봉에 올라서면 이제 안산 직전의 대승령이 눈에 빤히 보이지만 아직도 한참 거리다(귀청 2.8km, 대승령 3.2km). 데크길을 따라 바윗길을 내려서면 이후 눈 깊은 북사면 길로 들어선다. 어른 두 사람이 손안 맞잡아도 껴안지 못할 만큼 커다란 주목이 어우러진 아늑한 숲길이다.

대승령을 1.8km 남겨놓고 능선 등날로 올라선 다음 무명봉을 올라섰다가 급경사 북사면 데크길을 내려선다. 이후 빙판 진 남사면으로 접어들었다가 통천문 같은 바위를 빠져나가면 함지박형의 흑선동계곡이 빤히 내려다보인다. 여기서 난간을 잡지 않으면 바닥까지 미끄러질 듯 가파른 데크길을 내려서면 체력이 서서히 고갈되어 가는 기분이 들게 된다. 서북릉 종주산행의 덕목 중 하나가 참고 또 참는 것이다. 이후 짤막한 오르막을 올려치면 기다리던 대승령 사거리에 닿는다(장수대 2.7km, 남교리 8.6km, 중청대피소 12.1km, 흑선동 방향은 자연휴식년제로 통행 불가).

대승령에서 쏟아지는 듯한 내리막을 따라 잣나무·소나무숲으로 내려선 다음 대승폭 전망대를 거쳐 장수대분소까지 내려서는 데는 1시간 남짓 걸린다.

한계령 삼거리 직전 다리 위쪽에 샘이 있었으나 2006년 폭우 피해 때 위에서 내려온 흙더미에 묻혀 사용이 불가하다. 한계령에서 시작하는 서북릉 산행은 동절기에는 오전 4시부터 11시까지에 한해, 폭설 직후에는 15인 이상 단체산행에 한해 산행을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