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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를 갚는데는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승리,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아시아 1위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입성하게 됐다.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지난 7일 2-14로 콜드게임패라는 수모를 당했던 한국은 4회 김태균이 1사 1, 2루에서 터뜨린 3루 베이스 옆을 스치는 적시타를 끝까지 지켜 일본에 영봉패 역수모를 안겼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진정한 일본의 라이벌이 됐음을 충분히 각인시킨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는 승패를 떠나 진정한 한일전다웠다. 결과도 이틀 전인 지난 7일 2-14로 패한 한국이 1-0으로 이기며 돌변했고 14안타를 폭발시키며 14점을 낸 일본은 영봉패를 당해 오히려 더 흥미를 자아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한일 양국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한국 선발 봉중근은 5⅓이닝을 3피안타 2삼진 무사사구로 무실점했다. 빠른 직구와 체인지업을 앞세운 완벽한 완급조절은 일본 타선이 당황하기에 충분했다. 4회 무사 2루, 이어진 1사 3루 위기에서도 가뿐하게 탈출했다.
일본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도 봉중근과 같은 5⅓이닝을 소화했다. 2피안타 3볼넷 5삼진했지만 4회 뼈아픈 1실점을 내줬다. 이 실점이 곧바로 한국팀의 결승점으로 연결됐다. 이 둘은 지난 시즌 최하위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흥미를 모았다.
이후 양국 마운드는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은 봉중근에 이어 정현욱, 류현진, 임창용을 차례로 올렸다. 지난해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10승 4패 11홀드에 방어율 3.40를 기록했던 정현욱은 묵직한 직구로 일본타선을 맞아 1⅓이닝 동안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지난 6일 대만전에 선발로 나왔던 류현진은 이틀 휴식 후 3일만에 다시 나와 ⅓이닝을 소화했다. 야쿠르트 수호신 임창용은 8회 1사 1루에서 등판, 아오키를 땅볼로 잡아낸 것을 포함해 5명의 타자를 간단하게 범타 처리해 승리를 지켜냈다.
일본도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에 이어 스기우치 도시야, 마하라 다카히로, 다르빗슈 유, 야마구치 데쓰야, 후지카와 규지 6명의 일급 투수로 한국 타선 저지에 나섰다. 특히 다르빗슈는 박기혁에게 볼넷, 이종욱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일본 최고 젊은 투수답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 이닝을 마무리했다.
양국 야수들의 호수비도 빛을 발했다. 한국은 1회 1사 후 중견수 이종욱의 다이빙캐치가 있었다. 나카지마 히로유키가 친 중전안타성 타구를 오른손 글러브로 정확하게 걷어냈다. 그러자 일본의 무라타 슈이치는 2회 2사 후 수비에서 이용규의 3-유간 빠지는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은 후 정확하게 1루로 송구했다.
또 3회 좌익수 김현수가 선두타자 후쿠도메 고스케의 깊숙한 타구를 런닝트랙에서 잡고 펜스에 부딪히며 산뜻하게 잡아낸 것을 비롯해 일본 포수 조지마 겐지의 송구, 한국 1루수 김태균의 다이빙캐치 등 양국 수비는 그 수준을 짐작하게 했다.
반면 한국은 여러 차례 추가점 기회에서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4회에는 김태균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후 정근우가 3루로 뛰다 태그아웃되고 김태균이 2루에서 견제사 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 봉중근은 4회 보크로 무사 2루 위기를 자초했고 7회에는 무사 2, 3루에서 더블 아웃되며 기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대호는 3볼에서 유격수 땅볼 타구를 친데다 김현수는 홈으로, 김태균은 3루로 뛰다 아웃됐다. 그러나 일본은 이렇다할 추가 득점 기회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서 펼쳐질 2라운드에서 아시아를 대표하게 되며 끝나질 않을 라이벌 명장면도 계속해서 선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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